"우리 문학사에서 일종의 정전(正典)을 쓴 인물들, 문학을 여기(餘技)가 아니고 진정성을 갖고 임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묶어 보았습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소설가이자 방송진행자로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장석주(54)씨가 한국 근·현대문학사 100년을 수놓은 작가 111명의 삶과 문학세계를 조명한 <나는 문학이다> (나무 이야기 발행)를 냈다. 나는>
책은 8개의 장으로 구분돼 있는데 이광수, 김동인, 김소월로 출발한 한국문학의 맹아기로부터 공지영, 기형도, 김영하로 이어지는 1990~200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문학까지 대략 10년 단위로 나뉘어져 있다.
100년 동안 명멸했던 수많은 문인들, 시비와 곡절이 많았던 문학사의 풍경을 한 권에 담으려는 저자의 욕망은 방대한 책 분량(1,053쪽)으로 화했다. 그러나 이 두꺼운 페이지를 버겁지않게 넘길 수 있도록 하는 원천은 문학사의 맥락과 인물의 위상을 꿰뚫어보는 눈과, 시적 문장의 결합이다.
가령 장씨는 이광수를 평하며 "이광수는 현대소설의 아버지다. 이 공적 아버지는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흠이 많은 아버지다. 근대문학의 맹아들은 이광수에 와서 하나의 큰 흐름을 이루고 그것은 그대로 한국 현대서사의 장강이 되었다"고 쓴다.
김수영에 대해서는 "그는 한 시대의 '전위'에 서기 위해, 시대의 '반동'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반성을 하고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곤핍한 현실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자신과, 동시에 늘 패배하는 자신의 한계를 투명하게 인식"했다고 표현했다.
이 만만치 않은 작업은 장씨가 출판사 편집장 생활을 그만두고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 1993년께 시작됐다. 문학사를 쓰려는 목표로 문인들에 관한 평전, 일화, 언론 인터뷰 등을 수집해 300~400명 작가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했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첫번째 결과물. "동시대 문인들을 대상으로 쓰고 싶은데, 가깝게 지내는 인물이 많아 이래저래 걸리는 게 많다 "는 장씨는 "어쨌든 1980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동안 활동한 당대의 문인들을 정리한 <나는 문학이다 2> 를 내년 말부터 집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는>
1975년 월간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1979년 동아일보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장씨는 문단에서도 손꼽히는 필력을 자랑한다. 올해만 해도 독서일기 <취서만필> , 노장철학으로 명시를 분석한 <상처입은 용들의 노래> 를 냈으며 내년초에는 14번째 시집 <몽해항로> 를 낼 예정이다. 몽해항로> 상처입은> 취서만필>
2000년 서울 생활을 정리한 뒤 2만5,000권의 책을 싸들고 경기 안성으로 내려간 장씨는 그곳 금광호숫가에 '수졸재(守拙齋)'라는 집을 짓고 독서와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매일 오전 4시부터 점심 때까지 원고지 20매 가량의 글을 쓰고, 오후에는 8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
그는 "지금까지의 글쓰기가 아이들을 키우고 공과금을 내기 위한 '생계형 글쓰기'였다면 요즘의 글쓰기는 내가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생존의 글쓰기'인 것 같다"며 "내 몸 속에는 '문학본능'이라는 DNA가 숨겨져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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