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최근에 불거진 오디오 섹스테이프 스캔들에도 불구, 꿋꿋하게 사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0일 이탈리아 사르디나에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즈 자파테로 스페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해 11월 총리 공관에서 스스로 매춘부임을 인정한 여성과 밤을 보낼 당시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침대 위에서 나를 기다려 달라"고 말한 오디오 테이프가 폭로되자 마지못해 이를 시인한 바 있다. 이 테이프는 그 여성이 녹음한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0일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스캔들을 일으키고 싶어하는 사람의 희생양이 됐을 뿐"이라며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한술 더 떠 그는 "그간에 이룩한 업적으로 평가해 볼 때 나는 지난 150년 이래 최고의 총리"라며 사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매매춘에 따른 화대지불을 부인하면서 옆에 있던 자파테로 총리에게 "내가 당신한테 돈을 내야 한다고 하면 즐거움은 어디에서 찾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뻔뻔스럽게 느껴질 정도인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입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10일 다른 자리에서 "나는 아름다운 여성을 포함해 모든 이들을 사랑한다"며 자신의 애정행각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또 앞서 총리 공관에서 매춘부와 벌인 정사에 대해 "돈을 주고 정복의 쾌감을 얻을 수 있느냐"며 처음에는 시치미를 떼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자신이 주최한 10여 차례 파티에서 성 매매가 이루어지고, 20살도 안된 패션모델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는가 하면 어린 여배우를 유럽의회 선거 후보자로 내세워 부인으로부터 이혼소송까지 당했지만 기이하게도 이탈리아 국민의 지지는 별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