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타이치 지음·김석중 옮김/황금부엉이 발행·200쪽·1만원
충북 청주시의 한 주택에서 지난 5월 세입자 함모(8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수분이 거의 빠진 미라 상태였고, 경찰은 5개월 전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위층에 살던 집주인은 "4년 전부터 세들어 살던 할머니가 지난해 12월부터 보이지 않아 장기간 입원했겠거니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함씨는 소득 있는 아들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에서도 제외돼 홀로 살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에서 이런 고독사는 이제 별로 충격적이지도 않다. 지난 1월에는 부산에서 혼자 살다 사망한 50대 남성이 15개월 만에 발견됐으며, 같은 달 충북에서는 지병을 앓던 50대 남성이 숨진 뒤 보름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93만명, 그 중 17만명이 독거노인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빨리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 당연히 고독사 문제에도 먼저 부닥쳤다. 물류회사를 운영하던 <유품정리인은 보았다!> 의 저자 요시다 타이치는 사망자의 유족들이 유품 정리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점에 착안, 2002년 최초의 '유품정리사'가 됐다. 유품정리인은>
책은 그가 유품정리 전문회사 '키퍼스(Keepers)'를 설립한 이후 겪었던 46가지의 에피소드를 에세이로 풀어낸 것이다. 독거노인의 고독사뿐 아니라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족의 투신자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의 죽음 뒤처리를 했던 경험도 소개한다. 그는 무관심과 소외로 인한 죽음에 대한 외면은 비단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운다. 그리고 잊고 살았던 '정(情)'을 회복하라고 넌지시 말한다.
저자는 죽음을 자극적이거나 적나라한 거짓으로 과장하지 않았다. 죽음의 현장에 이따금 미간이 찌푸려지기는 하지만 비교적 담담한 문체로 문제의 본질을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김혜경 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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