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15주년을 맞아 평가 및 개선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어제 마련했다. 발제자들의 견해는 다양했지만 공통분모는 분명했다. 현행 수능제도의 효력이 다한 만큼 앞으로 수능은 고교졸업학력 인정기능으로의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제자들은 이를 위해 고교의 평가권과 대학의 선발권을 분리, 이원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물론 각론에서는 이견이 적지 않았으나 큰 틀에서 이 날 제시된 개선안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우리의 대입제도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빈번히 국가사회적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이유는 명백하다. 사회적 성취의 경로가 여전히 다양하지 않은 학벌 중심의 단순가치사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대입을 인생의 성패를 가름하는 결정적 분기점으로 받아들여 모두가 여기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런 가치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각기 처한 입장에 따라 이해가 다른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입시제도는 존재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교육정책에 관한 한 포퓰리즘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교육문제에서 다중이 동의하는 정답이 없는 한 그나마 답에 가까이 가는 길은 그때그때 여론-그것도 일부의-을 살펴가며 땜질을 해댈 일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합리성을 인정받는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제자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고교=평가권, 대학=선발권 분리가 그 비근한 답의 하나다. 다만 이를 위해 국가시험 자체를 자격고사와 평가고사로 이원화해 시행하는 방안은 객관성을 담보하는 것이긴 하나 엄청난 사회비용 때문에 현실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 시점에서 가능한 대안은 계층 고착화 등의 사회적 부작용을 극대화하지 않는 범위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대학의 자율 선발권을 확대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학별 본고사 불허 등의 기존 원칙에 지나치게 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학진학과정 전체를 여전히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는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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