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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년은 자란다' 날것 그대로의 티베트, 티베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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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소년은 자란다' 날것 그대로의 티베트, 티베트인

입력
2009.09.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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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이 지음 · 전수정, 양수희 옮김 · 아우라 발행 · 264쪽 · 1만원

서구의, 혹은 그들의 시각에 큰 영향을 받는 우리에게 티베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상향'이다(옛 티베트 지역의 한 도시는 심지어 '샹그릴라'라고 불린다). 무념무상한 표정의 라마승들, 한가로이 고원의 풀을 뜯어먹는 야크들, 욕심이란 없어보이는 순박한 주민들.

쓰촨성 서북부 마얼캉현 '지촌'이라는 작은 마을 출신으로, 현재 중국 주류 문단에서 활약하는 아라이(阿來 · 50)는 중국을 대표하는 소수민족 작가다. 국내에도 소개된 장편소설 <색에 물들다> 에서 보여줬듯 그의 작품세계를 관류하는 정조는 중국의 티베트 점령과 문화혁명의 와중에서 허물어져간 티베트의 전통과 문명에 대한 향수다.

<소년은 자란다> 는 지촌마을을 소재로 한 연작소설집이다. 유년시절의 기억의 조각들을 끼워 맞춰 완성된 13편의 작품 하나하나마다 떠나온 것, 잊어버린 것, 버렸던 것들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이 아스라이 묻어난다. "사람이야말로 이야기의 근본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에는 아름다운 티베트의 풍광보다 선량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중심에 놓여진다.

급속한 현대화의 물결 속에 구시대의 잔재로 퇴출된 마부('마지막 마부'), 의욕적으로 사냥에 나섰다가 새끼를 찾는 어미사슴을 놓아주는 사냥꾼들('어떤 사냥'), 산중에서 길을 잃고 곰과 사투를 벌이는 소년들('소년은 자란다'), 겉으로는 신세 한탄을 하지만 자연의 뜻에 순응하는 절름발이들('두 절름발이') 등 티베트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또한 '티베트에는 세속에 대한 근심과 힘겨움이 없고, 경건하게 종교적 구도만 수행하는 사람들이 살 것'이라는 외부인들의 고정관념과 달리 아라이가 그려낸 티베트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소설에 생기를 돌게 한다. 잘 생긴 젊은 라마(라마교의 고승)를 유혹하는 젊은 여성, 아비를 모르는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한 여인을 희생양 삼아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이 튀어나온다.

'어디서 뛰어왔는지 여우 한 마리가 비둘기떼를 쫓으며 달려들었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놀란 비둘기는 하늘만 빙빙 맴돌았다. 햇빛은 한동안 밝고 명랑한 음표가 되었다가 다시 한동안은 짙은 산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쒸모허> 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던 작가의 담백한 문장은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은 산채나물을 먹는 느낌이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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