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서 무엇이 정도, 올바른 길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교육은 사회를 지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사람 다음으로 중요하다. 그런 만큼 시대와 사회 및 가치관 등의 변화에 따라 갈수록 민감하고 다양해지는 국민의 요구를 세심하게 헤아리고 충실히 반영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산업 발전은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열정이 어느 나라보다 컸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사교육비 절감을 앞세워 모든 학원에 대해 일률적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아주 걱정스럽다. 사교육은 경쟁력 없는 공교육을 대신하여 학부모와 학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급속한 산업 및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힘으로 강압적으로 사교육을 억누르면 저절로 공교육이 정상화하고 사교육보다 나은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여긴다면 큰 잘못이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다행히 정부는 최근 대학입시 자율화에 따른 입학사정관 제도와 과학중점학교 육성 등과 같은 긍정적인 교육개혁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교원단체들이 자신들만의 폐쇄적 교육관과 완고한 자세를 벗어나 교사평가 제도를 받아들이겠다고 나선 것도 뒤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본인도 어디에 가서나 교사평가 제도의 도입을 적극 강조하여 왔다. 민주사회, 경쟁사회에서 교사들만 이기적 철옹성에서 편히 안주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한마디로 능력 없는 교사는 퇴출되어야 한다.
영국을 비롯해 선진교육을 하는 사회는 교사평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교사가 담당한 학생들에 대한 학습 목표치 설정을 어떻게 했는지 전문기관이 평가한다. 또 면담 평가와 학생 설문조사 등을 통해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 아울러 평가과정에서 교사에 대한 도덕적인 손상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그리고 이런 평가결과는 학교당국과 교사가 각기 연봉 및 권리를 주장하는 근거 및 기준이 된다.
그런데 이런 교사평가에서 크게 우려되는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모두 입시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한다. 따라서 교사들이 학생과 학부모의 시각으로 보기에 입시 목적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평가와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그 결과, 인사나 인센티브에서 불이익을 당하기 십상이다. 학교 운영자도 이런 사회 분위기와 학부모들의 요구에 편승하여 입시와 관련된 잣대만으로 교사를 평가한다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사평가의 기대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요즘 우리 학부모와 학생들의 가치관과 행동거지는 예전과 크게 다르다. 옛날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이제는 교사가 자기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으면 바로 인터넷에 악플을 올리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럴 경우 사명감과 훌륭한 교육철학을 갖고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교사평가는 외국의 선례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독특한 정서와 경험 등을 잘 헤아려 아주 정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선진국에서 쓰는 방법이라고 무작정 베끼거나 허술하게 시행한다면, 많은 부작용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교육당국과 학교,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의 사려 깊은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
최정훈 한양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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