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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평화를 가꾸다/ 전남 영광서 '생명평화마을' 꾸리는 황대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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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평화를 가꾸다/ 전남 영광서 '생명평화마을' 꾸리는 황대권씨

입력
2009.09.1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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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군 대마면 소재지를 지나 자동차로 산길을 15분 가량 달렸을까. 그 사이 들고 나는 차량은 거의 없다. 화전(火田)으로 보이는 꽤 넓은 밭이 펼쳐진 태청산 중턱에 이르자, 전에는 없었던 마을 하나가 만들어지고 있다.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보금자리인'생명평화마을'이다.

'야생초 편지'의 저자이자 생태주의 운동가인 황대권(54)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장이 회원들과 함께 조성 중인 새로운 산골마을이다. 생명평화결사는 2003년 11월 지리산에서 생명과 평화를 가꾸고 실천하고자 결의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이곳에서는 인공미를 최대한 배제한 채 사람과 자연이 하나를 이루며 살아가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명ㆍ평화의 이념과 철학을 실천하게 될 것입니다."

황씨는 이곳에 생명ㆍ평화학교와 마을센터, 공동주거공간, 광장, 생태체험장을 만들고 내년 1월에는 입주자를 모집해 전국 생명ㆍ평화운동의 본산으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다.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마을엔 독특한 생활방식이 있다. 무엇보다 일회용품 등 자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물건은 사용하지 않고 산에서 내려온 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하게 된다.

식사도 입주민들이 직접 기른 작물로 해결해야 한다. 대신 생명ㆍ평화 사상을 보급할 일꾼을 길러내기 위해 생태농업과 대체의학, 인문학 등을 무료 교육할 예정이다.

황씨가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태청산 땅(16만여㎡)에 생명평화 마을을 건설키로 한 데는 2003년부터 5년간 도법스님과 함께 한 전국'탁발순례'의 영향이 컸다. 1985년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3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그는 태청산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 국제앰네스티 초청으로 2년간 유럽의 대안공동체와 영국의 생태농업을 공부하고 2001년 귀국, 고향에서 다시 농사를 지으며 생태공동체 운동을 하던 중 순례에 나섰다.

황씨는 "전국을 순례하며 우리의 국토가 대립과 갈등에 찌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갈등과 대립, 물질주의로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을 보며 무엇인가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올해 6월 순례를 끝내고 각 지역에 생명ㆍ평화 가치를 실현하는 모임, 공동체 등을 형성하기로 생명평화결사와 의견을 모았고 영광에 이를 실현할 마을을 조성하기로 했다.

황씨는 "생명평화마을에서 우리는 인간의 욕심과 갈등으로 파괴되는 생태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며 "사람과 자연의 소통을 통해 모두가 연결된 하나의 생명체임을 몸으로 느낀다면 이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광=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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