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 대표적 '사법살인'사건 피해자였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의 유족 등에게 국가가 99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 장재윤)는 11일 민족일보 사건으로 기소돼 사형을 당한 조 사장의 유족과 생존 피해자 양실근씨 등 10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부는 조 사장의 유족 8명에게 위자료 23억원과 이자, 양씨 등 2명에게 6억원과 이자를 각각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1961년 사건 발생 이후 48년 동안의 이자는 모두 70억원에 달해 원고 10명이 받게 될 배상액은 총 99억원에 이른다. 조 사장 유족들은 국가배상 사건에서 피해자 1인 유족으로는 역대 최대인 79억원 가량을 받게 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ㆍ고무ㆍ동조한 자의 가족이라는 멍에를 쓰고 평생을 사회적 냉대 속에 신분, 경제 상의 각종 불이익을 당한 만큼 정부는 이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5년인 손해배상청구권 시효가 소멸됐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원에서 무죄를 인정받기 전까지는 원고들이 법원의 과거 판단이 잘못된 것임을 전제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려웠다"며 "이 때문에 조 사장에 대해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2008년 1월24일을 손해배상청구권 시효의 시작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5ㆍ16쿠데타 직후인 61년 5월18일 "간첩혐의자로부터 공작금을 받아 민족일보를 창간하고 북한의 활동에 고무ㆍ동조했다"는 혐의로 혁명 검찰부에 체포돼 혁명재판소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고 그 해 12월21일 사형됐다.
이 사건은 조 사장이 체포된 지 한 달 뒤에 제정된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이 소급 적용되고 신문사 설립 자금의 출처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형이 선고돼 진보성향의 민족일보 폐간을 위한 '사법살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 사장 유족은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사건 발생 47년 만인 지난해 1월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홍승면)는 이날 이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안신규 전 민족일보 감사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감사는 9년을 복역하고 출소해 93년 숨졌다.
권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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