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을 무단 방류하기 직전 댐의 수위가 만수위에 가까운 수준으로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13일 "정보당국이 북한 황강댐의 방류 전후 위성사진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8월 말 비가 많이 내리면서 황강댐 수위가 높아진 것은 맞지만 무단 방류 직전 만수위까지 올라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강댐이 만수위에 가깝게 물이 차 있었다면 "임진강 상류 언제(둑)의 수위가 높아져 긴급히 방류하게 됐다"는 북한측 설명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게 된다. 8월 말 내린 비에 의해 황강댐 수위가 높아진 뒤 황강댐 상류에 설치된 보 등이 터지면서 방류 직전 수위가 더 올라갔을 가능성도 있다. 황강댐의 붕괴 위험이 수문 방류의 배경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군 당국은 다만 남측에서 대비하기 어려운 취약 시간대인 일요일 새벽에 4,000만톤에 이르는 물을 일시에 방류했다는 점을 감안해 북한의 의도에 대해 추가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북한군 병사 10여명이 무단 방류 하루 전인 5일 오전 비무장지대 내 군사분계선(MDL)까지 내려와 2시간가량 정찰활동을 벌인 것과 관련, 군 관계자는 "비무장지대에서 수시로 이뤄지는 북한군의 통상적인 활동으로 댐 무단 방류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MDL에서 우리측 임진강 필승교까지는 약 2.7㎞ 거리이며, MDL측 지대가 낮아 MDL 상에서 남측을 제대로 관측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기 연천경찰서는 "임진강 참사 실황조사 결과, 무인경보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희생자들은 충분히 대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북한 황강댐에서 방류된 물이 연천군 중면 횡산리 필승교에 도착해 사고 지점(군남면 진상리 임진교 하류 3㎞)까지 도달하는 데는 약 2시간 30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이 6일 오전 1시 방류한 물이 연천군 필승교를 거쳐 사고 지점인 임진교 하류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30분께로 추정되므로, 오전 3시께 경보 발령 기준 3m를 넘은 필승교의 경보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희생자들에게는 30분가량의 대피 시간이 주어졌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날 오전 동국대 일산병원에서는 이번 참사로 숨진 희생자 6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사고 일주일 만에 열렸다. 영결식을 마친 희생자들의 시신은 서울 시립승화원에서 화장돼 납골당에 봉안됐다.
강주형 기자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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