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파악을 마쳤으니 이제 곧 바빠지지 않겠어요?"(서울중앙지검 A부장검사)
숨죽이던 검찰이 기지개를 켜는 것인가. 검찰이 한동안의 침묵 모드를 접고 조만간 '수사 드라이브'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가 초라하게 막을 내리고, 뒤이은 검찰총장 교체로 인해 수사가 '올 스톱'된 지 약 4개월 만이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수사 분위기의 조성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부남)가 최근 강남ㆍ목동 학원가의 '스타급 강사' 일부가 소득세를 탈루한 정황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했고,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석우)는 GM대우의 준중형차 '라세티 기술유출' 사건을 본격 수사 중이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성윤)도 지난달 K사 유상증자 승인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정모씨를 구속하고, 또 다른 정ㆍ관계 인사들의 각종 이권 청탁 개입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검찰 수사가 활력을 되찾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검찰 조직이 안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김준규 총장이 큰 잡음 없이 취임했고, 이어 간부 및 평검사들의 인사이동도 지난달 말 마무리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스폰서 의혹'을 받은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 등에 따른 충격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잊혀지고 있다.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전열을 가다듬고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수사팀(특수부, 금융조세조사부, 첨단범죄수사부 등)들의 행보다. 김 총장은 "대검 중수부는 예비군 형식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앞으로 중앙지검이 특별수사의 중심축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현재 이들 부서에는 효성ㆍ대우조선해양의 비자금 조성의혹(특수1부),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ㆍ한승수 총리 아들 부부가 연루된 OCI 주식 불공정거래 사건(금조1부), 쌍용자동차 기술유출 사건(첨단범죄수사1부) 등이 계류 중이다. 이전 수사팀이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거나 결론을 내지 못해 미뤄뒀지만, 수사결과에 따라 커다란 파장을 낳을 수 있는 사건들이다.
하지만 최대 관심사는 역시 '새 타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의 대형 수사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다. 용두사미로 끝난 박연차 게이트는 물론, 대검 중수부의 공기업 비리 수사 또한 법원에서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등에 대한 중앙지검의 수사도 1심 무죄 판결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무리한 수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추락한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 외에는 없다는 목소리가 검찰 내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이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토착비리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척결'도 향후 검찰 수사의 한 갈래가 될 전망이다. 정권 실세의 부정부패나 대기업 비리 등에 대한 고강도 사정(司正)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들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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