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중심부에 이상한 구조물이 출현했다. 거대한 기둥 13개로 떠받친 4,000m 상공의 인공지반이다. 50년 전 건설을 시작한 이 '새로운 도쿄'는 13개 층으로 한 층 넓이가 650만㎥ 이나 된다. 현재는 7층까지 완공했다. 지구가 비로 범람해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며 기온도 적당하다. 우주식민지 계획을 지상, 그것도 도시 위에 실현한 것이다. 옛 도쿄 거리를 그대로 옮긴 이 공중도시를 사람들은 '아틀라스'라고 불렀다. 이케가미 에이이치(池上永一)의 소설 <샹그리아> (열린책들 발행)가 상상한 가까운 미래이다. 샹그리아>
▦소설은 그 곳으로 이주하지 못하고 옛 도쿄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게릴라 조직과 정부군의 투쟁을 신기에 가까운 리더십과 전투능력을 가진 10대 여전사 구니코를 중심으로 펼친다.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것은 소설이 설정한 상황이다. 열섬 현상으로 도쿄는 이미 열대의 땅이 됐다. 해마다 기온이 상승해 겨울에도 20℃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며, 걸핏하면 열대성 스콜이 도시기능을 마비시킨다. 견디다 못한 일본 정부는 도쿄를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기존 건물은 그대로 둔 채, 기온을 5℃ 낮추기 위해 그 곳에 거대한 열대 숲을 조성한다.
▦지구온난화는 경제 패러다임을 바꿨다.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금융이 아니다. 이산화탄소가 경제를 웃고 울린다.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가 최우선 목표인 <탄소경제> 가 세계를 지배한다. UN이 교토 의정서의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대폭 늘린 결의안 채택을 강행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든 나라, 모든 제품에 탄소세가 부과된다. 세율은 배출하는 탄소량과 흡수하는 탄소량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인공위성이 24시간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빈틈없이 감시한다. 탄소경제>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탄소 경제> 는 현실이 된지 오래다. 교토 의정서에 의한 배출권 거래제로 이산화탄소는 '돈'이 됐고 유럽에는 시장까지 생겼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에 이어 프랑스도 내년부터 화석연료인 유류와 석탄에 탄소세를 부과한다. 일본의 차기 총리 하토야마도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5% 줄이겠다는 총선 공약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인 우리나라 역시 저탄소 녹색성장에 미래를 걸었다. 세계가 앞을 다투어 동참하고 있는 '탄소와의 전쟁'에 15일 창설 38주년을 맞는 세계적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어떤 감회에 젖을까. 탄소>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