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자 회담에 대한 미 행정부의 태도가 눈에 띄게 바뀌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담 차관보가 11일(현지시간)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2주내에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은 그 동안 북한이 비핵화와 6자회담 복귀를 완강히 거부하자 북측 희망사항인 북미 양자회담에 대해서도 부정적 발언으로 일관했었다.
다만 그 발언의 강도는 점차 완화됐고 이번에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6자회담 관련 당사국 순방 이후 마침내 양자회담 추진을 가시화한 것이다.
7월 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북한이 비핵화 등 구체적 조치를 취한다면 6자회담의 맥락에서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할 때는'비핵화'와 '6자회담'이 협상의 전제였다.
그러나 이후 지난달 14일 크롤리 차관보는"대화에 참여한다는 '정치적 약속'이 있다면"이라는 말로 수위를 낮췄고 같은 달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한다고 '동의'한다면 양자대화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가 '구두 동의'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나아가 이번에 2주내에 북미 대화의 시간ㆍ장소를 밝히겠다는 미측 발언은 북한이 6자회담에 대한 '정치적 약속'이나 '동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만큼 미측 입장 변화의 이유는 더욱 주목될 수밖에 없다.
미측 입장 선회에는 이달 초 신선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표가 밝힌'우라늄 농축'카드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기업연구소 니컬러스 에버슈타트 선임연구원은 "미 행정부가 마냥 북한의 태도변화만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전 정권 때에는 북한에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다 북한의 핵보유고만 늘려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미국이 북미 양자대화 개시와 관련, 또 다시 양보한 것으로 비치는 상황은 향후 대북 협상 전략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도 부시 전 정권 때처럼 북한의 협상 전술에 말려 들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북미 양자 대화를 하더라도 회담의 성격과 내용에서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북제재도 회담의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북미 양자대화 이후, 그 성과가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느냐이다.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겠으나 북미간 견해차가 여전해 그 성과는 '제한적'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서로의 입장을 통보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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