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는 무슨 이주비야. 집 주인은 집 주인대로 돈 없다고 그러지, 내가 지금 답답하지 않을 사람이야. 지금 우리 할아버지는 목매 죽는다고 전깃줄 늘어놨잖아."
지난해 2월 서울 상도4동의 재개발 현장에서 강제철거가 시작됐다. 세간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무너지는 집을 바라보며 가슴을 쳐야 했던 주민들.
그들은 바로 J재단 소유의 땅에 40년 이상 터를 잡고 살아온 무허가 건물주와 세입자들이었다. 이미 주민의 3분의 2 이상이 떠난 상황에서 언제 집이 철거될지 모르는 채 불안에 떨면서도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지키려고 하는 것은 무엇일까.
KBS '추적 60분'은 10일 오후 10시 '검은 돈의 유혹, 상도4동 산 65번지'를 통해 재개발 사업의 비리 커넥션을 집중 파헤친다.
2004년 재개발 지역으로 고시된 상도4동 11구역.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재개발 가능 지역으로 많은 시공업체들이 탐을 내던 땅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상도4동 11구역 재개발에 제동이 걸렸다.
재개발을 무산시키는 과정에서 시행사가 뿌린 로비자금만 65억원. 땅 주인과 조합간부, 구청 공무원, 도시정비업체 간부, 시공사 간부까지 로비 자금을 챙겼다. 심지어 조직폭력배까지 연루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개인적인 욕심을 이용하려는 정비업체, 땅을 가지고 있는 것에 기반을 두고 높은 가격에 팔려고 하는 토지소유자들, 남의 돈을 많이 대출받아 빨리 사업을 시행해서 수익금을 급하게 남기려는 시행업자, 자기들은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쉽게 토지를 확보해서 아파트만 지어서 팔겠다는 대형 건설사들, 이런 서로의 이기적인 마음과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결국 로비를 통해 일을 해결하려는 구조가 된 것 같습니다."
제작진이 취재 도중 만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엄희준 검사의 말이다. 이 때문에 재개발을 기대하고 있던 주민들만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삶의 터전을 떠나거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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