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사건의 첫 공개변론이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다. 7월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된 미디어 관련법은 3개월째 정치권 발목을 잡고 있는 사안이다.
헌재가 누구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여야는 이날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헌재에서 무효 결정이 나면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앞서 민주당 등 야 4당은 "미디어 관련법 등이 적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처리됐다"며 김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공개변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쟁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리투표를 했는지 여부다. 청구인 측은 "본회의장에 없던 의원들과 단상을 에워싸던 의원들이 찬성 투표를 한 것으로 처리되는 등 심각한 대리투표 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장은 헌재에 보낸 의견서에서 "대리투표는 사실이 아니고 대신 청구인(야당 의원) 중 일부가 투표를 방해한 사실은 있다"고 반박했다.
본회의 처리 당시 김 의장을 대신한 이윤성 부의장이 직권 상정된 법안에 대한 심사보고 및 제안취지 설명을 생략하고, 단말기 회의록과 회의자료로 대체하도록 한 것도 쟁점이다. 이것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에 따라 표결의 유ㆍ무효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또 의원 145명이 표결에 참가한 방송법 1차 투표가 출석 미달로 부결된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당시 이 부의장은 바로 재투표를 선언하고 표결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야당은 1차투표 당시 안건이 부결된 것이며 따라서 재투표는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 의장과 보조참가인인 한나라당 측은 "1차투표는 의결이 불성립한 것일 뿐이라 일사부재의 원칙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원안에서 빠졌던 내용이 다시 추가된 금융지주회사법 수정안을 완전히 다른 법안으로 볼 지, 아니면 본회의에서 수정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하는지도 쟁점이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에서 쟁점에 대한 양 측 입장을 들은 뒤 쟁점을 추려 증거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양측 입장이 팽팽한 만큼 충분한 심리를 위해 한번 더 공개변론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양 측을 대리할 변호사들의 경우, 민주당 측에는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박재승 변호사와 '미네르바' 재판에서 무죄를 끌어낸 김갑배 변호사가 가세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법조계에서 '실세 로펌'으로 통하는 법무법인 바른은 김 의장을 대리하고, 한나라당 측 대리인은 주선회 전 헌법재판관이 맡았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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