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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열전! 추억 속으로] 씨름판의 '원조 골리앗' 이봉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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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열전! 추억 속으로] 씨름판의 '원조 골리앗' 이봉걸

입력
2009.09.1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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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골리앗' 이봉걸(52) 에너라이프 감독이 씨름의 부활을 위해 20년 만에 모래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감독은 1980년대 당시 무시무시한 키(205㎝)와 힘으로 모래판을 휘어잡은 '거인'이다. 1985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그는 천하장사 2회, 백두장사 4회를 차지하며 이만기(46) 인제대 교수, 이준희(52) 전 한국씨름연맹 경기위원장과 함께 '민속씨름 1세대 트로이카'를 형성했다. 에너라이프 타이거즈 씨름단 지휘봉을 잡고 모래판으로 돌아온 이 감독을 9일 제2회 세계씨름선수권대회(11~12일)가 열리는 리투아니아 샤울라이에서 만났다.

늦깎이 지도자 데뷔

89년 불의의 무릎 인대 파열로 선수 생활을 접은 그는 딱 20년 만에 운명적으로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지난 4일 창단한 에너라이프 씨름단의 '선장'을 맡았다.

그가 지도자 생활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퇴 후 2차례 사업 실패로 주저 앉았고, 2006년에는 대전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쓴맛을 보는 등 인생의 굴곡을 겪었다. 하지만 나이 50줄에 찾아온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잡아 지난 3월부터 에너라이프 씨름단을 지도해왔다.

그는 "씨름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10초 내로 승부를 보는 공격씨름을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씨름의 영광 재현을 자신했다. 그리고 그는 "예전에 비해 훈련과정 등이 많이 달라졌지만 철저한 자기관리가 우선이다. 천하장사가 된다고 한들 자기관리를 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지도철학을 설명했다.

3개월간 '키다리 농구선수'로 외도

이 감독은 어마어마한 신장 덕분에 농구선수로 잠깐 활약했다. 1979년 겨울 현대씨름단 소속이었던 이 감독은 당시 현대농구단 사령탑의 권유로 3개월간 농구코트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정식경기 출전기록은 없다. 그는 "일본 전지훈련 때 경기를 10분 정도 뛴 게 전부다. 농구선수 중에서도 가장 키가 커서 센터를 봤지만 쉽지 않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그는 약속했던 계약금 2,000만원을 농구단에서 주지 않자 짐을 싸서 나왔고, 충남대에 입학해 다시 샅바를 잡았다. 농구 이외에도 그는 유도에도 잠시 몸을 담았다. 그는 "중1 때 유도를 했는데 목 조르기를 당해 3차례나 기절해 무서워서 달아났다"고 웃었다.

씨름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밝힌 이 감독은 1974년 대한체육회장에게 편지를 썼던 사연도 공개했다. 그는 "영신중을 자퇴한 뒤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했다. 당시 운동이 너무하고 싶어서 대한체육회장에게 도와달라는 편지를 썼고, 결국 경북체육회와 연락이 닿아 다시 씨름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판소리와 같은 씨름을 '국기'로

이 감독은 '원조 골리앗'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등장한 '슈퍼골리앗' 김영현, 최홍만과는 성격이 달랐다. 그는 단순히 힘을 이용해 '밀어붙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긴 신체를 활용해 들배지기 등의 기술씨름을 선보여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 감독은 자신이 '골리앗'이긴 하지만 '대형화'에 반대했다. 그는 "골리앗들이 밀어붙이는 연습만 하고 기타 기술연마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덩치만 믿고 뛰어들어 씨름이 재미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현역 때 125kg 정도였던 이 감독은 살을 찌우기 위해 매일 막걸리 2대와 족발을 야식으로 먹었지만 엄청난 훈련량 때문에 130kg를 넘지 않았다고 했다.

씨름 중흥을 위해 복귀한 이 감독의 목표는 씨름을 '국기'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민속씨름은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서민들의 애환이 담겨있어 서로 공감하고 사랑 받을 수 있었다. 우리의 것을 길이 보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씨름판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라고 말했다.

샤울라이(리투아니아)=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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