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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인공태양 KSTAR 가동/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300초 기술' 확보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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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인공태양 KSTAR 가동/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300초 기술' 확보가 관건

입력
2009.09.10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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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본격 가동된 한국형 핵융합연구장치(KSTAR)는 핵융합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우리 기술로 처음 개발한 연구 장치다.

소량의 원료로 대량의 에너지를 내는 녹색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핵융합반응은 고체 액체 기체가 아닌 플라스마라는 독특한 상태에서 일어난다. 이 상태를 우주가 아닌 지구에서 구현하는 장치가 바로 KSTAR다.

지구의 '인공 태양' KSTAR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은 핵융합반응으로 에너지를 만든다. 내부에서 수소의 원자핵끼리 합쳐지면서 강력한 빛과 열이 나오는 것이다. 우라늄의 원자핵이 쪼개질 때 방출되는 열을 활용하는 원자력 발전과 정반대 원리다.

핵융합반응은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인 플라스마 상태에서 일어난다. 태양을 비롯한 우주의 99%가 고체도, 액체도, 기체도 아닌 '제4의 상태'라 불리는 플라스마 상태다. 지구에서 핵융합반응을 일으키려면 플라스마 상태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원료는 바닷물이다. 핵융합반응이 가장 쉽게 일어나는 건 수소보다 2배 무거운 중수소와 3배 무거운 삼중수소가 결합됐을 때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바닷물로부터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이들을 1억도 이상으로 가열해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면 된다.

문제는 이렇게 뜨거운 플라스마를 담아 둘 공간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태양은 중력으로 플라스마를 잡아 두지만 지구는 중력이 그만큼 강하지도 않다.

과학자들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자기장이다. 전자석으로 지구 자기장의 14만배나 되는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진공용기 안에 플라스마를 공중에 띄워 두는 방식이다. 플라스마 입자들은 자기장 안에 들어가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이 장치를 토카막이라고 부른다.

토카막에는 저항이 없는 초전도 전자석이 들어간다. 오랫동안 강한 전류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저항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진다. 전자석을 저항이 없는 상태로 유지하려면 영하 268.5도의 액체헬륨을 계속 넣어 줘야 한다. 엄청나게 차가운 그릇에 엄청나게 뜨거운 물질을 담는 셈이다.

KSTAR는 10월 중순경부터 다시 플라스마 발생에 착수할 예정이다. 플라스마 유지 시간을 점점 늘려 2025년까지 300초 동안 지속적으로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게 KSTAR 연구진의 목표다.

핵융합에너지를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얻으려면 초전도 전자석의 자기장 세기를 3.5테슬라(T)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 이 역시 앞으로 KSTAR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세계가 인정하는 국산 핵융합로

KSTAR가 완공된 건 개발을 시작한 지 약 12년 만인 2007년 9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6번째였다. 완공 직후부터 국내·외 핵융합계의 눈은 일제히 KSTAR로 쏠렸다.

오영국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공동실험연구부장은 "KSTAR는 기술적인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핵융합로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KSTAR는 실제로 핵융합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은 아니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기초연구가 주 목적이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한국은 미국 EU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과 함께 프랑스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짓고 있다. KSTAR보다 20배 크며, 2040년 완공될 예정이다.

KSTAR 연구진은 ITER 측과 조만간 공동연구협약을 맺을 계획이다.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올해 안에 KSTAR를 ITER의 사전 실험장치로 인정받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를 계기로 후발주자인 한국이 핵융합 연구 주도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KSTAR는 올해 미국 프린스턴연구소 등 외국 연구진이 제안한 9건을 포함해 총 45건의 핵융합반응 관련 실험을 수행하기로 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 KSTAR의 이색기록들

KSTAR는 한국 과학계가 처음 시도하는 핵융합연구인 만큼 여러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KSTAR의 토카막에 사용되는 전자석은 모두 초전도 전자석이다. 이렇게 건설한 핵융합로는 아직 세계 어디에도 없다. 덕분에 KSTAR는 수십 초 가동하고 멈추기를 반복해야 했던 다른 나라의 핵융합로와 달리 수백 초 동안 핵융합반응을 지속시킬 수 있다. ITER에도 KSTAR의 이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초전도 전자석에 감겨 있는 초전도 선재를 모두 이으면 길이가 약 1만2,000㎞나 된다. 1만2,700㎞가 조금 넘는 지구의 지름과 비슷하다. 서울_부산 거리의 30배 가까이 된다.

초전도 선재 안에는 초전도 필라멘트가 들어 있다. 이는 전류가 흐르는 길 역할을 한다. 필라멘트 여러 가닥을 구리로 싸고 이를 다시 여러 가닥씩 묶어 초전도 선재로 만드는 것이다. 선재에서 초전도 필라멘트를 꺼내 한 줄로 이으면 약 3,765만㎞. 지구와 달 사이를 50번 정도 오갈 수 있는 거리다.

KSTAR가 들어선 실험동 건물 벽은 두께만 1.5m에 달한다. 이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한 시멘트의 부피는 총 5만1263㎥다. 아파트를 1,000세대는 지을 수 있는 양이다. 공사 비용은 3,000억원이 넘게 들었다.

프랑스에 건설 중인 ITER는 한국 미국 EU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 나라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된다. 결국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ITER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국제 공동 연구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게 과학계의 설명이다. KSTAR는 바로 이 사상 최대의 연구를 주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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