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가 그저께 민노총 탈퇴를 결정했다. 앞서 GM대우 노조가 금속노조의 방침에 반발해 임금협상에서 독자 노선을 택했고, 새 집행부 선거를 앞둔 현대차 노조의 분위기도 심상찮다. 지난해 말 시작된 민노총 탈퇴 도미노 현상이 공공노조를 거쳐 급기야 핵심 세력인 완성차 노조에까지 번지고 있다.
벌써 올해만 17곳이 민노총을 떠났다. 7월에는 조합원 3만명의 거대조직인 KT까지 결별을 선언했다. 지난 4월 대의원대회에서 탈퇴를 의결한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조도 이달 조합원 총회를 열어 최종 방향을 결정한다. 이들 노조는 한결같이 민노총의 정치투쟁과 강경노선, 조합원들의 이익을 외면한 정파싸움과 독선을 비판하고 있다. 시대 흐름과 현실에 맞지 않는 노동운동과 조직 이기주의, 비민주적 행태를 고치지 못하고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민노총에 더 기대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사회 민주화와 갑자기 불어 닥친 세계 경제불황은 노동현장의 분위기와 노동운동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대립과 투쟁이 아닌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타협을 통한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실용적, 민주적 노동운동의 시대가 된 것이다. 강경투쟁만으로는 얻을 게 없다는 사실은 1개월 여 전에 끝난 쌍용차 노조의 파업과 금호타이어 노조의 양보가 증명한다.
민노총의 와해 위기는 변화를 거부해 자초한 것이다. 쌍용차 노조의 탈퇴에 대해서도 압도적 지지(투표율 75.3%, 찬성률 73.1%)로 나타난 조합원들의 의견과 선택을 부정하면서 일방적으로 만든 절차 상의 하자를 들먹이며 효력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는 식이다. 이러니 어느 노조가 민노총을 믿고 따르려 하겠는가.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은 19위이지만 노동시장 효율성은 84위이다. 12개 부문 중 가장 낮다. 그만큼 노사관계와 고용관행의 선진화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전체 노동환경이나 제도를 외면한 채 사업장 노조 별로 이익만 챙기라는 말은 아니다. 두 가지를 조화시키는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운동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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