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1년 남짓 된 박태완(가명ㆍ29)입니다. 직장에서 월 180만원 정도를 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해보려고 재테크 서적도 사서 읽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신용카드 대금으로 급여의 대부분이 빠져나가 생활비가 부족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금서비스를 사용했는데, 한달 급여로는 상환금액을 막기 어려워 돌려막기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많이 쓰는 것 같지 않은데 대출 금액이 자꾸 늘어만 가고 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박태완씨는 직장생활 초기에 주변의 부탁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었는데 적절한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과도한 소비로 이어졌습니다. 또 카드대금과 현금서비스를 분할 납부하는 '리볼빙 서비스'(용어설명 참조)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리볼빙 서비스는 언뜻 보기에는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자율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박씨는 한편으로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도 하면서 마음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축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높은 이자율의 부채(현금서비스와 리볼빙 서비스)를 먼저 갚는 게 더 긴요합니다.
박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금융자산으로 대출을 상환해 월 상환비용을 줄이고, 소비습관을 개선해 앞으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먼저 월 부채상환비용을 줄이기 위해 금융자산(예금, 펀드)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박씨는 적금을 붓고 있지만 적금을 만기에 찾을 때 이자는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연 이자율이 높더라도 이자는 불입 시점마다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펀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종 수수료에 대출 금리까지 고려해 보면 박씨가 펀드 수익으로 이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펀드의 연 수익률이 25%를 웃돌아야 합니다. 따라서 적금이나 펀드로 대출을 상환하는 것보다는 대출은 대출대로 꾸준히 상환하고 여력이 될 경우에만 저축해서 자산을 늘려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입니다.
따라서 박씨가 보유하고 있는 자유적립 적금 통장의 210만원과 주식형 펀드 80만원 등 총 290만원의 자금으로 우선 가장 이자율이 높은 현금서비스를 상환해 월 대출 상환금액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줄어든 대출 상환금액으로 생긴 잉여소득은 비상 자금으로 모아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둘째, 소비습관을 개선해야 합니다. 사회초년생일 때 소비습관을 잘못 들이게 되면 빚의 굴레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습니다. 박씨는 월 생활비를 70만원 정도 쓴다고 알고 있었지만, 지출 분석 결과 실제로는 월 100만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씀씀이도 커지고, 실제 사용금액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박씨의 소비성 지출을 자세히 분석해 꼭 필요한 금액과 필요하지 않은 금액 등으로 사용처를 나누고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본 결과, 월 85만원으로 지출 예산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신용카드는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소비지출을 통제하지 못하고 과소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신용카드 대출을 다 상환한 후에는 가급적 정해진 금액 내에서 돈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체크카드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셋째, 예산을 세워 소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가계부입니다. 가계부를 너무 세세하게 작성하면 금방 포기하게 되므로, 간단하게 적는 것이 습관을 들이는데 훨씬 좋습니다. 먼저 월 사용 금액을 기준으로 항목별 예산을 세우고 1,000원 단위 정도로 간략하게 기재하여 월 지출을 파악할 것을 권합니다. 그렇게 매월 적어나가다 보면 지출에 대한 통제력이 스스로 길러질 것입니다.
끝으로 대출 상환이 완료되는 10개월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저축과 투자를 통해 미래를 위한 자산을 형성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이런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가계부 작성과 체크카드 사용은 꼭 습관으로 만드시길 바랍니다.
■ 리볼빙 서비스
매달 일정액 지불하는 자유결제 서비스
결제 금액을 매달 납입하는 할부와는 달리 상환횟수를 정하지 않고 매달 일정액이나 일정 비율의 금액을 지불하는 자유결제서비스. 월 상환금액이 클 경우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자율이 연 20% 내외로 높다. 예를 들어 한 달에 200만원을 카드로 사용하는 사람이 10% 리볼빙 서비스를 신청했을 경우, 처음에는 20만원만 상환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만 1년 동안 부담하게 되는 총 서비스 수수료만 145만원 가량 된다.
정찬웅 포도재무설계 강남1지점 상담위원 hope@podofp.com
■ 상환 방식의 잘못된 선택
대출을 받아 이자만 내면서 적금을 부어 목돈을 모은 뒤 만기에 원금을 갚으려는 분들이 종종 있다. 그런데 이는 대부분 잘못된 선택일 확률이 높다. 이유는 대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다.
첫째, 은행이 제시하는 금리와 내가 받는 실질 금리가 다르다. 은행은 돈을 맡고 있는 기간 또는 빌려주는 기간만 이자를 계산한다. 매월 100만원씩 총 1,200만원을 불입하는 1년 만기 적금 상품의 금리가 연 5%일 경우, 만기에 받는 이자는 세전 32만5,000원이다. 그러나 연 5% 금리로 1,200만원을 대출 받아 만기에 일시에 상환할 경우 총 납입이자는 60만원이다.
총 이자가 차이 나는 이유는 적금과 대출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1년 만기 적금의 경우 1년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적금을 가입할 때 내는 100만원 뿐이다. 두 번째 내는 100만원은 11개월만 은행에 맡겨져 있고, 세 번째 내는 100만원은 10개월만 은행이 보관한다. 이자가 불입시점마다 계산되는 것이다. 반면, 만기 일시 상환 대출은 은행이 1년 내내 1,200만원을 빌려주는 것이므로 1년 이자를 다 받게 된다. 따라서 대출 이자만 내면서 적금을 부어 만기에 갚는 것은 큰 손해다.
둘째, 같은 원리로 대출은 원리금 균등상환이 만기 일시 상환보다 이자 부담 측면에서 훨씬 이익이다. 1,200만원을 1년 동안 만기 일시 상환 방식으로 대출 받을 경우 총 이자는 60만원이지만, 동일한 금액을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으로 대출 받을 경우 총 이자는 1년 만기 적금과 비슷한 32만7,000원이다.
물론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이 언제나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현금흐름 상 당장의 이자 부담이 클 경우에는 무리해서 원리금 균등상환을 하는 것보다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이 경우 적금을 부어 만기에 갚는 것이 이익인지 아니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하고서라도 중도상환을 통해 대출 원금을 줄이는 것이 나은지 비교해 보아야 한다. 만약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다면 도중에 일부라도 갚으면서 원금을 꾸준히 줄여나가는 것이 훨씬 낫다.
셋째, 은행은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대출 금리가 적금 금리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잘못된 대출 상환 방식만 바로잡아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다. 지금 내 대출 통장이 어떤 상황인지 꼭 한 번 살펴보자.
정찬웅 포도재무설계 강남1지점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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