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결혼이민자가 16만7,000여명에 이른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10만 명을 넘는다. 지금도 중국 몽골 동남아 여성들이 결혼을 위해 한국 행 비행기를 타고 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한국 남성을 사귀면서 상대를 파악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결혼하는 게 아니다. 중개인들의 주선에 따라 사진 한 장으로 결혼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급조된 결혼은 당연히 가정과 사회문제를 낳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다문화 가정에서 한국인 배우자가 가정폭력을 저지른 비율이 47.8%나 됐다. 모욕적 언어로 상처를 주는 정서적 폭력이 27.9%, 물건을 던지는 등의 신체적 폭력은 25.3%에 달했다.
이 때문에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심지어 한국인 배우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외출을 막거나 드러내놓고 감시하고, 주민등록증을 빼앗는 등의 인권침해도 흔하다. 이혼도 증가 추세여서 2008년 전체 이혼 10건 중 1건이 다문화 가정에서 발생했다.
다문화 가정 자녀의 교육문제도 심각하다. 우리 말을 못하는 엄마와 지내다 보니 언어발달이 늦어져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초ㆍ중ㆍ고교 연령의 다문화 가정 자녀 2만5,000명의 24%는 학교에 다니지 않으며, 특히 고교 진학률은 30%에 불과했다.
이런 문제를 모두 외국 출신 엄마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미국에서는 부모가 영어를 못하는 소수민족이어서 자녀의 언어발달에 장애가 생기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교육기관에서 언어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해주며, 오히려 이중언어를 구사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긴다. 우리도 이들을 잘 활용하면 시간과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 이중언어를 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의 갈등은 언어 소통의 어려움, 배우자 문화의 몰이해가 겹쳐 더욱 복잡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우리 말과 문화를 이해시키는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상대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 노력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최근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려는 한국 남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베트남이 우리와 비슷한 유교 문화를 갖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베트남 여성들은 부모와 윗사람을 공경하고, 가족 중심적이며, 자식 교육열도 높다. 하지만 프랑스 식민지배와 사회주의 통치를 거친 탓에 우리와 다른 점도 많다. 예컨대 남자는 바깥 일을 책임지고 여자는 가사를 감당하는 공식이 그대로 통하지 않는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베트남 여성들은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일터로 나가는 것이 상식처럼 돼 있다.
이질적 문화에서 성장한 여성들을 가정에 가두려고만 한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물론 외국 여성과 가정을 꾸민 한국 남성들의 고충도 이해할 수 있다. 나이 차이에서 오는 불안감, 여성이 밖에서 활동하다 보면 집안일을 소홀히 하거나 가출할 수도 있다는 등의 상상을 하기 쉽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다문화 가정 문제는 결혼이주 여성과 자녀를 우리 사회가 알게 모르게 차별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물건을 고르듯이 돈 주고 데려왔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결혼이주 여성들은 우리 사회가 꼭 필요해 받아들인 가족이고 이웃임을 깨닫고 올바로 대우해야 한다.
이윤범 청운대 베트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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