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플루 감염자 가운데 4명이 폐렴과 폐혈증 등으로 사망하자 병원마다 폐구균 백신(폐렴 백신)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폐렴 백신은 신종플루 예방약이나 치료약이 아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의들은 "폐렴 백신이 신종플루 합병증인 폐렴을 예방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다.
폐렴 왜 문제인가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미생물 감염으로 폐에 염증이 생긴 상태다. 보통 가래를 동반한 기침, 호흡 곤란, 가슴 통증, 피 섞인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고열과 식욕 부진, 피로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하지만 노인 폐렴은 열이나 기침 없이 식욕 부진과 피로 등만 나타날 수 있고, 가래 없이 마른 기침만 하기도 한다.
폐렴 치료를 위해서는 조기에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항생제는 일반적으로 10~14일 가량 투약하는데 환자 나이, 동반 질환, 질병의 정도에 따라 알맞은 항생제를 선택하게 된다. 특별히 조심해야 할 음식은 없다.
적절히 수분을 공급하고 건조하지 않도록 가습기를 틀어 놓는 것이 좋다. 저산소증이 있으면 산소를 투여하고 가슴 통증이 심하면 온 찜질을 하기도 한다. 기침이 심할 경우엔 증상 완화를 위해 기침억제제를 사용하고, 가래를 쉽게 뱉을 수 있도록 거담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폐렴은 일반적으로 2주일 정도 치료하면 완치된다. 환자가 60세 이하에 동반 질환이 없고, 외래 진료가 가능한 가벼운 폐렴이면 사망률이 100명 중 1~5명 정도로 매우 낮다.
하지만 처음부터 입원 치료해야 할 정도로 위중하면 사망률이 50%로 매우 높기 때문에 병 초기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국내 폐렴 사망자는 모두 4,186명으로 전년에 비해 19.2%나 늘어났고,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도 1994년 17위에서 2004년 10위로 높아졌다.
폐렴 백신, 노인·고위험군에겐 필수
노인은 노화 자체로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데다가 당뇨병 고혈압 천식 심장병 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폐렴에 걸리기 쉽다. 또 노인은 연하 작용(삼키는 작용)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음식이나 위산이 기도를 통해 폐로 들어가 폐렴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노령 질환으로 복용하는 약물이 이를 조장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06년 폐렴은 노인성 백내장과 뇌경색에 이어 65세 이상 노인이 입원하는 원인 질환 3위였다.
노인은 이 같이 폐렴에 걸리기 쉽지만 조기 발견은 무척 까다롭다. 증상이 미미하거나 감기 초기 증세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면 진행 속도는 무척 빨라 갑자기 늑막염 뇌수막염 패혈증 등 합병증으로 악화한다.
최악의 경우 호흡 곤란과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병력을 가진 노인이 폐렴에 걸리면 치료 약물 반응성마저 떨어져 치료가 더욱 어렵다. 한 조사에 따르면 폐렴 사망자의 9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폐렴에 걸린 노인의 경우 80% 이상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며, 입원 기간도 일반 성인의 2배에 이른다. 일반 성인의 경우 폐렴으로 입원하면 1주일 뒤에는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지만 노인은 보름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 입원 치료를 한다.
폐렴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폐렴 백신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물론 백신 접종으로 모든 폐렴을 완벽히 예방하지는 못한다. 단지 폐렴의 가장 중요한 원인균인 폐렴구균만 예방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1회 백신 접종으로 폐렴구균에 걸려 사망할 확률을 50~80% 낮출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심태선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 면역억제 환자, 만성 간 신장 심장 폐 질환자, 항암 치료를 받는 암 환자, 당뇨병 환자, 비장절제술을 받은 환자 등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백신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예방 효과는 5년 정도 지속되므로 6년 이상 지나면 다시 접종하는 것이 좋다. 임신이나 모유 수유 중인 임산부는 접종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다른 독감 백신과 동시에 다른 부위에 접종할 수 있다. '뉴모_23TM'(사노피 파스퇴르) '프로디악스 23'(MSD) 등이 있으며 접종 비용은 4만원 선이다.
폐렴 백신, 신종플루 폐렴 예방 도움돼
그렇다면 폐렴 백신이 신종플루로 인한 폐렴을 예방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까. 폐렴 백신이 신종플루의 예방제나 치료제는 아니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는 "다만 신종플루에 감염된 뒤 발생할 수 있는 '폐렴구균성 2차 폐렴'같은 합병증 예방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노인의 경우 60%,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있는 고위험군 성인은 80%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임채만 교수는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이나 당뇨병 심장질환 신장질환 간질환 등을 앓고 있으면 매년 인플玲@?백신, 5년마다 폐구균 백신을 맞아 폐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호주 유럽연합(EU)에서는 폐렴 백신이 국가 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거나 보험 적용을 통해 접종 비용을 국가가 보전하고 있다.
소아백신인 '7가 폐렴구균 단백결합 백신'은 생후 2개월의 어린 아기 때부터 접종할 수 있다. 이 접종은 미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기본 접종 백신으로 분류했는데 현재 한국에도 도입돼 어린이에게 사용 중이다.
'프리베나'(한국와이어스)가 출시됐으며,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 뇌수막염, 급성 중이염, 부비동염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필수 접종이 아니므로 1회 접종에 비용이 10만원 가량 든다. 생후 2, 4, 6개월에 기초 접종을 하고 생후 12~15개월에 추가 접종까지 총 4회 접종을 하므로 4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폐렴 백신을 접종한다고 폐렴을 모두 예방할 수는 없다. 흔히 폐렴 백신으로 알려진 것은 폐구균 백신인데, 이는 세균성 폐렴의 여러 가지 원인균 중 하나인 폐구균을 잡아 주는 것이다.
폐구균 중에서도 폐렴을 일으키는 80가지 혈청 중 23가지 혈청만 예방한다. 더구나 폐렴 원인은 세균성 외에 다양한 바이러스로도 감염되며 이로 인한 폐렴 감염이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강영애 교수는 "현재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폐렴 백신은 여러 병원균 중 폐구균으로 인한 감염증을 예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백신"이라며 "그러나 폐렴 원인이 다양하므로 폐구균 백신으로 신종플루와 연관된 폐렴을 예방하는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따라서 "그보다는 건강 관리를 통해 면역력을 유지하고, 기침 에티켓을 지키며,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 등을 철저히 해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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