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유하천인 임진강 상류에서 갑자기 홍수가 나는 바람에 강변에서 야영하던 우리 국민 6명이 익사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임진강의 수위 상승은 우리 정부의 항의 서한에 북한이 답신한 것처럼 북측 지역의 황강 댐에서 예고 없이 엄청난 양의 물을 한꺼번에 방류했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 공식 확인된 북한의 무단 방류 사례는 여섯 차례나 되지만, 인명피해를 초래한 적은 없었다. 따라서 이번 물난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자동홍수경보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제때 홍수경보를 내리지 못했다.
남북 합의와 독자적 대책 함께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대규모 강물을 방류해 인명피해를 초래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사과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태의 재발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다.
임진강 유역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상류의 상당 부분은 우리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북한지역에 있다. 상류 구간은 북한에 있고 하류는 남한지역을 흐르는 전형적인 공유하천이다. 만약 임진강이 단순히 인접 국가에 걸쳐 있는 공유하천이라면 홍수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상류 댐에서 다량의 물을 방류할 때 사전 통보해주는 시스템만 갖추면 된다.
그러나 남북 분단의 특수 상황에서 임진강을 일반적인 공유하천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 임진강을 둘러싼 남북의 물 분쟁은 일반적인 물 분쟁의 원인인 자원의 고갈과 악화, 인구 증가, 불평등한 배분 및 접근 등과도 거리가 있다. 이 때문에 물난리를 막을 수 있는 직접적인 규제나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정공법은 역시 당사자인 북한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남북한 당국자들이 모여 공유하천의 합리적 이용과 대규모 물 방류와 같은 댐 관리 및 운용 방안을 합의하는 게 급선무이다.
북한과 합의가 어려울 때는 차선책으로 홍수 방지를 위한 독자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미 지적됐듯이, 홍수경보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보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충분한 방재대책을 세워야 한다. 홍수경보장치가 완벽하게 작동하도록 정기 점검을 철저히 하고, 위험이 예상되면 곧 경계경보 발령과 함께 민ㆍ관ㆍ군 관련 기관에 즉시 통보할 수 있는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임진강 유역에서는 안전지대에만 야영을 허용하는 등의 행정지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남북관계가 악화할 때 북한이 합의를 제대로 지킬지 여전히 의문이다. 실제 남북 교류가 활발하던 2003년 제5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임진강 홍수 예방을 위한 공동조사와 홍수 예보체계 공동 구축' 합의가 이뤄졌고, 2005년 북한의 댐 방류로 홍수 피해가 났을 때도 수문 개방 사전통보를 약속한 적이 있지만 늘 말 뿐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응 댐 등 '최악 사태' 대비를
이번 사태는 북한이 4,000만 톤의 강물을 방류해 발생했다. 3억~4억 톤으로 추정되는 황강 댐 저수량을 모두 쏟아 부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2010년과 2012년에 각각 군남 댐(저수량 7,000만 톤)과 한탄강 댐(2억7,000만 톤)이 완공될 예정이지만, 북한지역 임진강 상류 5개 댐의 저수량이 5억 톤가량인 점을 감안할 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북한의 수공(水攻)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대응 댐 건설 등 근원적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
이정규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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