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황영기 회장 직무정지 확정

금융위원회가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은행권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이런 중징계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금융위는 9일 오후 정례회의를 열고 지난 3일 금융감독위원회가 내린 '직무정지 상당' 징계 건의를 그대로 수용했다. 이에 따라 황 회장은 KB지주 회장직은 유지할 수 있지만, 연임은 못 하게 됐다.

금융위와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05~2007년 당시 행장이던 황 회장 주도로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15억8,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지난해 금융위기 사태로 투자액의 90%인 1조6,200억원의 손실을 봤다. 금융위 관계자는 "황 회장이 무리한 자산ㆍ수익 목표를 잡은 뒤, 이 은행 IB본부에 CDO 등 고위험 구조화상품 투자를 확대하도록 사실상 지시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날 우리은행의 일부 영업정지 안건도 심의했으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으로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인도 하락과 영업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기관경고만 하기로 결정했다.

황 회장은 금융위 징계에 대해 "입장을 소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주장이 수용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옳고 그름을 떠나 그동안 심려를 끼친 점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금융위 결정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심사숙고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