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방송만 빨리 했거나 구조대원들이 신속히 도착했어도 사람을 살릴 수 있었어요. 신고한 지 무려 2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대피 방송이 나오더군요."
임진강 범람을 당국에 최초로 신고한 최모(56)씨와 이모(44)씨는 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당국의 늑장 대처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최씨와 이씨는 임진강 사고가 발생한 6일 오전4시께 임진교 밑에서 낚시를 하다 심상치 않은 조짐을 감지했다. 임진강의 유량이 급속히 불어나 유속이 거세진 것. 이들이 텐트를 접는 1~2분 사이에도 물이 차 올라 차량의 뒷바퀴가 반쯤 잠겼다.
최씨는 차를 얼른 위쪽으로 빼낸 뒤 아래쪽 야영객들을 대피시키려고 114를 통해 연천군청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최씨는 이어 112에 전화해 "강물이 범람해 큰 일이 날 것 같으니까 대피방송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빨리 조치해드리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최씨는 "물이 불어난 것을 감지한 오전 4시께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다"고 말했다.
대피방송이 나오지 않아 최씨는 다시 연천군내 관할 지구대에 전화해 재차 대피방송을 요구해 "알았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그 뒤에도 방송은 들리지 않았다.
최씨는 이어 답답한 마음에 방송의 힘을 빌리려 KBS에 전화한 뒤 119에도 전화를 걸었다. 최씨는 "강물이 불어 사람들이 대피해야 하는데 방송도 안되고 난리 났다"고 신고하자 119로부터 "알았다"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5분이 지나도 방송이 나오지 않아 재차 119에 전화하자 "5시 15분에 접수됐습니다"는 말만 들었다.
하지만 최씨와 이씨가 소방차를 본 것은 한참이 지나 동이 틀 무렵이었고, 뒤 이어 "임진강이 범람하니까 피신하라"는 짤막한 대피방송이 흘러나왔다. 첫 대피 안내 방송이 나온 이 때가 6시 10분이었다. 두 사람은 "신고한 후 한 시간 만에 방송이 나왔더라도 (실종된) 그 사람들이 다 살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연천경찰서 측은 "오전 5시24분에 신고를 최초 접수해 곧바로 연천군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오전 5시12~15분 신고를 접수해 24분에 군청에 통보했다"고 말을 바꿨다. 연천소방서 측은 "5시 15분에 신고를 접수해 즉각 출동했다"고 해명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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