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범람 사고 당시 소방대원이 조난 위기에 처한 야영객을 뻔히 보고도 "구조 장비가 없다"며 자리를 뜨는 바람에 결국 이 야영객이 어이 없이 희생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임진강 사고 희생자중 한명인 김대근(40)씨와 함께 낚시를 한 김종호(33)씨는 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소방대원 3명이 김씨가 물살에 갇힌 상태를 봤지만, 이들은 '우린 계도요원으로 차에 아무 장비가 없다'며 자리를 떴다"며 "줄 달린 튜브 하나만있어도 살릴 수 있는 목숨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에 따르면, 사고 발생 당일인 6일 오전 5시를 넘긴 시각에 김씨는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임진강 비룡대교 근처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입질이 없자 피곤함이 몰려와 잠시 쉬기 위해 텐트로 들어가려던 순간, 동료가 허겁지겁 텐트 쪽으로 뛰어왔다.
종호씨는 "강물이 갑자기 불고 있다"는 동료 말에 놀라 낚시도구만 챙겨 간신히 빠져 나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마지막으로 김대근씨가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김대근씨는 당일 낚시터에서 만나 얘기를 나눈 사이였는데 이들의 운명은 1분 사이에 갈라졌다.
김대근씨는 종호씨가 있는 곳까지 불과 30m를 남겨두고서 물살에 갇히고 말았다. 그는 낚시대로 간신히 버티며 "물살이 너무 빨라 걷기가 힘들다"며 "빨리 구조요청 좀 해달라"고 소리쳤다.
때마침 소방대원 3명이 차를 타고 근처를 지나갔다. 종호씨는 이들에게 급히 김씨를 구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대원들은 "우리는 구급대원이 아니고 대피상황을 전파하는 계도 요원이라서 차에 아무 장비도 없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지금 모든 구급대원들이 다른 행락객을 구조하는데 투입돼 있다"며 "20분만 기다리라"고 말했다. 종호씨가 "지금 1분이 급한데 20분을 어떻게 더 기다리냐"고 따졌지만 이들은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후 김대근씨는 7분 가량 더 버텼다. 하지만 그는 한 순간 다리에 힘이 빠지며 순식간에 물살에 휩쓸리고 말았다.
김종호씨는 그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고 했다. 자신이라도 뛰어들어 구조를 시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했다. 그는 "대원들이 아무 노력도 안하고 간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며 "다시 그 사람들을 만나면 '다음에도 그런 상황에 그냥 지나칠 거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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