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8일 평소 건강하던 40세 여성 환자가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뇌에 침투해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림에 따라, 건강한 사람이 폐렴 등 호흡기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조기에 타미플루를 투약 받는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한 경로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일단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오게 되는데, 폐의 방어막이 무너지게 되면 중증 폐렴이 나타나면서 바이러스가 뇌나 간 등 온몸으로 퍼질 수 있다"며 "그러나 폐의 방어막이 건재하다 해도 바이러스가 폐를 우회해 혈액을 타고 뇌 등 다른 장기로 침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뇌사자는 뇌부종이 일어나기 직전 폐렴 증세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이미 폐와 뇌를 동시에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도 4명의 청소년이 신종플루 때문에 가벼운 뇌염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있지만, 뇌사까지 이어진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 보고된 사례다.
이 때문에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물론 건강한 사람도 감기 증상이 나타나 호전이 없다면 타미플루를 적극적으로 투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내성 바이러스 출현 등 부작용도 있다고 하지만 득(得)이 더 많기 때문에 타미플루 처방에 대해서는 일선 의료기관이 '오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환자 역시 지난 달 24일 급성 인두염(목감기)로 동네 의원을 찾았지만 발열과 호흡곤란, 기침 악화 등으로 대형병원에 입원한 28일 저녁에야 타미플루 투약을 받았다. 이로 인해 30일 X-레이 촬영결과 폐렴 증세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틀 후인 지난 1일 뇌출혈이 발생해 4일 뇌사 상태에 빠졌다. 처음 병원을 방문한 이후 4일만에 타미플루가 투약돼 초기 대응에도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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