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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깨가 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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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깨가 서 말

입력
2009.09.0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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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전어의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자 불현듯 전어맛이 떠올랐다. 이번 가을은 혀끝에서 시작된 셈이다. 아직 좀더 기다려야 할까. 그러다 보고 말았다, 횟집 앞 대형 수족관 앞에서 헤엄치고 있는 전어들을. 발빠른 손님 몇은 벌써 전어구이 한 접시로 소주 서너 병은 비운 듯했다. 생선 비린내가 희미한 가게 앞으로 전어 껍질이 눌러붙은 석쇠가 나와 몸을 식히고 있었다. '자산어보'에는 전어를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단맛에 길들여진 탓인지 수없이 전어를 먹어보지만 달콤함은 찾아내지 못했다. 소금구이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뼈째 먹는 전어회맛이 그만이다. 오래오래 씹고 있으면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산란을 하는 봄이 되기 전 전어는 영양분을 몸에 비축한다. 석쇠에 올려 불에 구우면 기름을 뿌린 것처럼 지글지글 기름이 뚝뚝 떨어진다.

전어를 좋아하는 데는 귀천이 따로 없고 그 누구도 전어를 사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 전어(錢魚). 참지 못하고 가게에 들어가 전어회 한 접시를 시켰다. 잠시 후 종업원이 내온 전어회에 모두 탄성을 질렀다. 고르게 썰어놓은 전어회 위를 하얗게 덮고 있는 건 바로 참깨였다. 이것이 바로 역발상일까. 주방장이 고명으로 뿌린 참깨 덕분에 그날 전어는 정말 깨가 서말이었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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