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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신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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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신이 없는 이유?

입력
2009.09.0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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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해 전에 세계적인 유전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쓴 <만들어진 신> 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나도 평소에 이 문제에 관심이 없는 편이 아니라 한 번 읽어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여러 종교가 저질러온 폐해들을 고발하는 동시에 신은 '거의'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상세하게 펼쳤다.

하지만 내게는 그의 논리 중 몇 부분이 잘 와 닿지 않는다. 그는 인간이 신의 존재를 믿는 이유로, 인간이 우주의 복잡한 원리를 잘 설명할 수 없으므로 일종의 설계자가 우주를 설계하였다고 믿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것이 사람들이 신의 존재를 믿는 가장 큰 까닭이라는 것이다.

인간 합리성 과도한 믿음

하지만 그에 따르면 이러한 생각은 '설계자는 누가 설계하였는가?'하는 더 큰 문제에 봉착한다. 지금까지 자연계를 설명하는 도구로 나온 이론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이 다윈의 진화론인데, 우주의 원리를 설명할 물리학에서도 이런 설명 체계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앞으로 과학이 발달하면 우주 전체의 작동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상이 그가 신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합리적인 이유로 내세운 논리이다. 하지만 이는 설계론보다 진화론이 더 맞다는 주장일 뿐 신의 부재(不在) 논리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사람들이 과학적인 태도를 가질 것을 촉구하면서 그것이 진정으로 '어른스러운'태도라고 하였다. 한 마디로 사람들의 무지가 신의 존재를 창출하였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더 지성과 교양과 지식을 쌓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신은 없고 세상이 자연법칙(특히 다윈의 자연선택)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믿게 되고, 행복도 종교가 아니라 일종의 인간적 휴머니즘에서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매우 합리주의적이고 과학의 힘을 신봉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인간의 합리성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도킨스 이론의 가장 큰 약점이 아닐까 한다. 그는 일반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기대와는 반대로 앞으로도 계속 '어린 아이 같을'것이고, 미신을 믿을 것이고, 종교와 신에 기대고 싶어 할 것이다.

종교가 번창하는 가장 큰 까닭이 인간이 처한 고통과 나약함, 그리고 기대고 싶은 마음에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것은 도킨스 자신이 다른 베스트셀러에서 제시한 '이기적 유전자'만큼이나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숙명이 아닐까? 한 마디로 인간은 도킨스의 기대와는 달리 그렇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또 종교의 효용도 무시하면서 종교가 개인에게 위로를 주지 못한다고 하는데, 요즘 수많은 조사 결과들은 종교를 가진 사람이 안 가진 사람보다 더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종교 가진 이가 더 행복

종교가 자아내는 온갖 폐해에 대해서는 그에게 공감한다. 그래서 종교에 빠지지 말고 이성을 회복하여 평화를 찾자는 그의 주장에도 상당히 공감한다. 실제로 이 책의 강점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증보다는 역사적으로 저질러진 수많은 종교의 폐해에 대한 고발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신의 존재에 대해서 모른다. 유신론자도 아니고 무신론자도 아니다. 그렇다고 불가지론자도 아니고 그냥 '모르는 자'일 뿐이다. 하지만 어느 재미 원로 목사가 쓴 다음의 말이 도킨스의 논증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신이 없다 있다 하는 넋두리는 시간의 여유가 있고 팔자 좋을 때 부르는 흥 타령이다. 급한데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가 있나, 총알이 순간에 내 몸뚱이를 관통하는데 신을 안 찾고 견딜 수 있나?"이것이 바로 종교의 기원이 아닐까?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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