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올 들어 러시를 이룬 대형사업장 이탈의 연장선 상에 있지만, 강성 노동운동을 주도해온 완성차 업체 중에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의 노조원 수는 3,000여명으로 많지 않지만,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5만 노조원을 거느린 금속노조는 현대차 기아차 GM대우 쌍용차 등 완성차 4사가 가입함으로써 민주노총의 주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 방식이 노조원들의 지지를 잃으면서 완성차 노조엔 민주노총과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가 이미 팽배해 있다.
금속노조 핵심 사업장인 현대차 노조는 노조 집행부가 금속노조 위원장을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으며 민주노총과 갈등을 빚어왔다. 15일 실시되는 새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도 총 4명의 후보자 중 2명이 실리노선을 표방하며 금속노조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두 후보는 "과거의 교섭과 투쟁전략을 답습하는 금속노조를 바꾸지 못하면 현대차 노조는 무너진다"며 민주노총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어, 이들 중 당선자가 나올 경우 현대차 노조가 민주노총 탈퇴 흐름에 가담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GM대우 노조는 지난달 금속노조의 기본급 인상 지침을 거부하고 임금 동결을 선언하며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이 회사 사정상 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는 게 노조 입장이었지만,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4.9% 인상을 주장, 균열이 생겼다. GM대우 노조 관계자는 "쌍용차 사태에서 보듯이 무조건 투쟁 하라는 금속노조에 대해 일반 조합원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파업을 마치고 정상조업에 복귀한 기아차 노조도 역시 "금속노조가 실익도 없이 무리한 투쟁만 주장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가 민주노총 탈퇴를 감행함에 따라 민주노총은 상당한 타격과 함께 투쟁 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노조의 탈퇴로 민주노총은 올 들어 17개 사업장에서 총 3만5,000여명의 노조원이 빠져나가게 됐다. 특히 노조원 2만9,000명에 달하는 KT 노조가 올 7월 노조원 95%의 찬성으로 민주노총을 탈퇴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쌍용차 노조에 이어 공공부문 노조의 이탈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어 민주노총의 추락은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서울, 대구, 광주의 3개 지하철노조는 10월 민주노총을 탈퇴해 전국지방공기업연맹에 가입할 예정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송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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