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도 달리고 싶었던 비무장지대(DMZ). 60년 가까이 누구도 쉽게 다가설 수 없었던 땅에서 마라톤 동호인들이 또 달린다. 과거의 비극과 미래의 희망이 공존하는 그 곳을, 이제 평화를 염원하는 발걸음들이 다시 수놓게 된다.
13일 강원 철원군 DMZ 일원에서 열리는 제6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이 수 많은 마라토너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63세의 전하경(경기 양주시 백석읍)씨도 그렇다. 전씨는 대뜸 "안 가 봤느냐? 한 번 가보라"고 했다. 6회째인 이 대회에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참가다. 마라톤 풀 코스에만 100회째 도전이다. 환갑이 넘은 나이이지만 그는 이 대회만큼은 빠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느 마라톤 코스에 가서 이런 풍경을 보겠어요. 자연생태계가 보존된 원시림, 지뢰지대 등을 지나다 보면 힘든 줄을 모릅니다."
이 대회의 코스 상당 부분은 평소 일반인들이 군 부대의 허가를 얻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이북에 위치하고 있다. 노동당사를 비롯한 한국전쟁의 상흔을 지나치면 오곡이 영글고 있는 생명의 철원평야가 펼쳐진다.
"이 비극의 땅에서 곡식이 무르익는 냄새를 맡다 보면 그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제가 상이용사도 아니고 큰 인연이 있지도 않지만 그 곳을 뛰다 보면 통일에 대한 생각도 간절해집니다." 이 때문에 동호회원 100명과 함께 하는 뒤풀이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뛸 것"이라며 "생전에 평양까지 뛰어볼 수 있었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 철원군과 한국일보사가 주최하고 ㈜그래미가 후원하는 이번 마라톤은 철원군 동송읍 고석정 광장에서 출발해 철원제일감리교회터-노동당사-농산물검사소-얼음창고-제2금융조합-구철원역사-월정리역-아이스크림고지 등으로 이어져 전쟁과 평화를 반추케 한다.
이 대회는 국내 최고의 마스터스 상금인 4,000만원이 지급된다. 마라톤은 풀코스ㆍ하프코스ㆍ10㎞로 치러지며 이번에는 처음으로 가족걷기코스도 신설돼 가족 단위 참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 정호조 철원군수 "잠자던 DMZ 비경, 손님 맞을 준비 끝났죠"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은 여느 마라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정호조 철원군수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민통선을 가로지르는 전국 최고의 청정 코스, 푸짐한 상금과 상품, 잘 짜여진 경기운영은 이미 국내 최고 품질의 마라톤 대회로 정평이 났다는 설명이다.
철원DMZ마라톤 대회의 코스는 평소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지역으로 구간 곳곳에서 천혜의 자연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정 군수는 특히 참가수기 모집을 통해 단발 이벤트가 아닌 참가자들의 추억에 남는 뜻 깊은 대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군수는 "주자들에게는 파란 하늘 아래서 오대쌀이 익어가는 황금 들판을 가로지르며 통일을 꿈꾸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참가자들이 가족, 연인, 동료들과 함께 DMZ의 순수비경과 풍성한 먹거리, 넉넉한 인심에 매료되는 기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했다"고 말했다.
정 군수는 "대회 후 가족, 연인과 함께 직탕폭포와 기암괴석이 가득한 한탄강의 빼어난 절경에 취하다 보면 어린 시절 시골학교 운동회의 아련함이 떠오를 것"이라며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 속에 새기고, 수려한 풍광을 만끽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철원=곽영승 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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