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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중심가에 위치한 '메디아 마켓'. 4층 건물에 9,000㎡(2,722평) 규모의 이 건물은 TV 전문 유통 상가로는 유럽 최대 매장이다. 이중 삼성전자 TV 유통매장은 2층내 500㎡(151평) 크기로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을 찾은 손님에게 LED TV 제품 사양과 특징을 설명하는 헤르 테틱(39) 매니저는 "최근 들어 경제력을 갖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제품 판매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출시된 LED TV의 경우, 매장 전체 판매량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고객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삼성전자 LCD TV가 마침내 독일에서도 지존의 지위를 접수했다.
세계 TV 시장에서 4년 연속 확고 부동한'넘버1'을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였지만, 유독 독일 지역에서만큼은 유럽의 터줏대감으로 통하는 필립스와 현지 LCD TV 시장 경쟁에서 각축전 양상을 보이면서도 열세에 놓였던 게 사실. 하지만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필립스를 멀찌감치 밀어내고 단독 선두 자리를 꿰찼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올 2분기 독일 LC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판매수량 기준) 21.2%를 차지, 필립스(15.2%), 소니(10.9%)를 앞섰다.
지극히 보수적이면서도 기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독일 소비자들. 그래서 웬만해선 새로운 제품을 사려고 들지 않는 그들의 구매 패턴을 돌려 놓은 삼성전자의 힘은 뭘까.
"집요하게 추구한 품질과 디자인, 마케팅 등의 3박자 강화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여집니다. 고객의 숨은 욕구를 찾아 끊임 없이 현지 특화형 신제품을 내놓은 게 주효한 결과입니다. 고객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철저하게 실시한 사후 관리 서비스(AS)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입니다." 고객의 눈 높이에 맞춰 진행한 연구ㆍ개발(R&D) 노력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독일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게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권위 있는 가전 관련 현지 잡지들로부터 잇따라 높은 점수를 얻고 있는 부분도 삼성전자의 독일 LCD TV 시장 점유율 확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실제 이날 메디아 마켓의 삼성전자 TV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에도, 필립스와 소니 등 인근 매장에 비해 많이 몰려든 소비자들은 각 신제품 진열대에 비치된 A4용지 절반 크기의 잡지 소개서를 먼저 꼼꼼하게 살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독일 현지 TV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한층 더 강화할 방침이다.
성일경 삼성전자 유럽총괄 TVㆍAV 제품 마케팅 담당 부장은 "독일 TV 시장에서 LED TV 제품 출시를 계기로 확보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향후에도 질과 양적 성장을 모두 도모하는 지속 가능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독일)=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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