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3개국 정상들이 치안권을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이양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올해 중 국제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7일 뉴욕타임스 등 해외언론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회동한 후 이 같이 발표했다. 메르켈 총리는"아프간 정부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회의의 목적"이라며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참여하는 모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아프간 정책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사이에, 또 NATO 연합군 내부에 미묘한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아프간 증파를 추진하는 데 반해, 자국 사상자 증가와 국내 여론 악화로 고민해 온 유럽 정상들은 아프간에서 서둘러 발을 빼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특히 이달말 총선을 앞두고 있는 메르켈 총리로서는 아프간 문제가 큰 두통거리다. 최근 독일 내 여론조사 결과 아프간 개입에 반대하는 국민이 3분에 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4일 아프간 북부 쿤두즈주에서 있은 독일군 공습으로 40여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은 미국과 독일의 대립을 심화시킬 조짐이다.
6월 취임 이후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내세운 스탠리 맥크리스털 미 사령관이 5일 독일군 사령관의 책임을 추궁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있다.
NATO군 내에서도 부담이 일부 국가에만 집중되는 데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탈레반 영향권인 남부 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영국에서는 다른 나라가 뒷짐 지고 있는 사이 자국 피해만 증가한다는 비난이 거세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9,000명을 파병한 영국군은 지금껏 무려 212명의 사망자를 냈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노동당 소속 에릭 조이스 의원은 지난 주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영국군만 싸우고 독일이 돈을 대고 프랑스는 계산만 하고 있고 이탈리아는 회피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최지향 기자 j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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