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7일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정몽준 대표 체제'가 닻을 올렸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 지명에 이은 정 대표 체제의 출범은 여권 차기 대선주자 구도의 변화를 예고한다. 또 여당과 정부의 새 얼굴이 된 두 사람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시험대에 올랐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박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 개편에 이어 여당도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겠다는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박 대표의 사퇴로 당헌에 따라 지난해 7월 전당대회 2위 득표자인 정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 168석 거대 여당을 이끌게 됐다.
정 대표가 여당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게 된 것은 우선 여권 수뇌부 변화가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 청와대 개편에 이은 개각, 특히 정 총리 후보자 지명과 맞물려 여권 최고지도부의 성격이 크게 바뀐 것이다.
'한승수 총리_박희태 대표' 체제가 '관리형'이었다면 '정운찬_정몽준' 체제는 '정치형'이다. 이념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우는 중도실용을 중시하는 인물들로 채워졌다. 나이도 10년 이상 젊어졌다. 이명박 정부 2기의 출발 선에 두 사람이 앞장서게 된 셈이다.
특히 여권의 차기 대권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는 대목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체제였던 차기 구도가 두 사람의 등장으로 '3자+α'의 다자 경쟁 체제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이를 두고 "한 사람(박 전 대표)은 '정_정' 두 사람의 도전을 받게 됐고, 정_정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예비고사를 치르게 된 셈"이라고 평했다. 예비고사 성적표에 따라 여권 차기 구도는 요동칠 수 있다. 한나라당에 뿌리가 없는 정 대표와 정 후보자가 실력을 보여줘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아울러 정몽준 대표 개인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집권당의 대표로서 리더십과 능력을 보인다면 급성장하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정치적 타격을 크게 받을 수도 있다. 당내 기반이 약한 정 대표가 친이계와 친박계로 양분된 계파 구도의 틈바구니를 뚫고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대표는 이날 "국민에게 한나라당의 대문을 넓게 열어 놓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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