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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2> 습관의 벽을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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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2> 습관의 벽을 깨자

입력
2009.09.0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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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식생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어릴 적 식습관이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법칙은 쌓여만 가는 쌀 재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중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이유식을 쌀로 시작한 어린이와 우유나 육류로 시작한 어린이의 식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며 "특정 식품을 꾸준히 소비시키고자 한다면 먼저 어린이들의 식단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이 입맛부터

쌀 소비 촉진을 통해 만성적 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세 살'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것들을 살펴보고, 이들을 잠재 소비자로 '여든'까지 잡아두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즉, 유아 청소년들부터 밥을 먹고, 쌀에 친숙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구화된 식습관의 벽을 허물어야 쌀의 소비가 늘 수 있다는 논리는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식생활교육지원법'에 담겨 있다. 지난 2005년 제정된 일본의 '식교육기본법'을 벤치마킹한 이 법은 쌀을 포함한 국내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거나 그 비율을 높이고, 국가 지방자치단체 학교 가정 등이 식생활 교육에 나설 것을 규정하고 있다. 최지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 급식은 물론이고 평소의 식생활에 대해서도 정부가 관여해 교육을 할 수 있게 됐다"며 "11월말 이 법이 발효되면 올바른 식생활 운동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쌀이 건강에 나쁘다고?

'밥이 보약이다' '밥심으로 버틴다'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쌀밥은 이제 비만 당뇨 같은 성인병의 원인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쌀은 점점 더 식탁에서 외면 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잘못된 정보라고 주장한다. 정혜경 교수는 " 세끼 모두 쌀밥을 먹어도 하루 필요에너지의 70% 수준"이라며 "쌀밥 중심의 식단으론 결코 비만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쌀에는 고혈압, 대장암 등을 예방하는 성분들이 들어있고 지방흡수까지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쌀의 누명을 벗기는 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우리와 반대로 쌀 소비가 증가세에 있다. 미국에선 쌀이 '칼로리는 줄이고 포만감은 늘리는 건강식'으로 인식되면서 최근 20년간 소비가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학교에서는 '건강에 좋은 쌀밥 운동(Healthy Rice Bowl)'이 전개되고 있고, 급식용에 적합한 요리법까지 개발돼 보급되는 중이다.

임정빈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일본에서도 '쌀 다이어트'가 인기를 끄는 등 쌀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고 전했다. 이 덕에 일본은 2007년 쌀 생산량이 872만4,000톤으로 전년 대비 약 16만톤 늘었음에도 불구, 왕성한 소비로 재고량은 오히려 46만6,000톤 줄어 들었다.

쌀은 신성한 것?

한편에선 쌀이 외면당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여전히 쌀에 대한 재래식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 평상시에는 밥으로, 아플 때는 죽으로, 기쁠 때는 떡으로 쓰는 등 천년 이상 국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해온 탓에, 쌀을 주식 이외 용도로 쓰는 것은 '불경'으로 여겨져 온 것이다. 이처럼 쌀을 숭배하는 문화는 쌀의 가공식품화를 가로막았고, 결국 오늘날의 재고증가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공식품 활성화를 통해 쌀 수급구조를 바로잡으려면 이젠 쌀을 '쌀 이상의 것'으로 생각하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쌀국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조현벽 현농 사장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가공산업 기술 수준이 매우 낮은 것은 바로 이런 고정관념 때문"이라며 "인식전환과 함께 보다 쌀 가공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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