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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국방장관의 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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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국방장관의 소임

입력
2009.09.0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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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너무나 중요하기에 장군들에게 맡길 수 없다." 1차 대전 때 프랑스 총리 겸 전쟁장관으로 패색이 짙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르주 클레망소가 남긴 말이다. 국민의 이해에 중차대한 안보에 관한 선택과 결단은 국민의 주권적 의지를 대표하는 정치 리더십에 맡겨야 한다는 뜻이다.

클레망소의 경구(警句)는 곧 군에 대한 '문민 통제(Civilian control)'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우리도 안보에 관한 국민 의지는 오로지 국민대표가 대행하도록 헌법에 규정했다. 대통령이 군을 통수(統帥)하고 의회가 국방예산을 결정하는 민주적 통제 원칙을 미국학자 리처드 콘은 "안보를 국가의 더 큰 목적에 종속시킨 것"이라고 간명하게 요약했다.

대통령의 '문민통제' 보좌

새삼스레 문민통제 얘기를 꺼낸 것은 국방예산을 둘러싼 국방부장관의 해괴한 '편지 사건'이 개각으로 슬며시 사라진 때문이다. 파문을 일으킨 이상희 장관이 경질되고, 김태영 합참의장이 후임으로 내정되면서 자연스레 사태가 수습된 형국이다. 김 장관 후보자는 합리적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는 평판이어서 대체로 잘된 인사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이 고유한 직분과 문민통제 원칙을 망각한 잘못을 어물쩍 넘길 수 없다. 사회와 군이 민주적 진화를 이룩한 현실을 그릇 인식한 과오를 다 함께 경계해야 한다.

국방장관의 소임은 국방정책에 관해 대통령의 최고 참모, 조언자(advisor)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방정책을 수립하고 승인된 정책을 집행하지만 대통령의 보조기관이다. 대통령의 국군 통수를 보좌,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 감독하는 것도 통수권에 기반한 것으로 독자적 권한이 아니다. 군을 대표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이 전 장관은 애초 이런 본분과 행동규범을 잘못 인식한 듯했다. 그는 군의 이념적 혼란 등을 개탄하며 '싸워 이기는 전사(戰士)' 육성을 외쳤다. 그러나 도처에서 사회와 군의 변화에 역행하는 무리한 소신을 고집해 논란을 불렀다. 낡고 편협한 인식에 얽매인 탓이다. 언젠가 "사회를 대신해 병사들을 올바로 훈육해야 한다"는 발언을 들으며 '큰일 낼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에 공감했다.

국방예산을 둘러싼 망측한 행동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하는 소임을 잊은 것이다. 특히 "장병 복지예산은 줄여도 전력증강 예산은 손댈 수 없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진정한 국방개혁과도 거리가 멀다. '첨단 강군' 육성은 필요하지만, 열악한 근무 여건에 시달리는 장병의 희생에 마냥 기대어 미래 안보역량을 키울 수는 없다. 장병 처우와 복지는 무엇보다 긴요하다.

이런 사리는 아랑곳없이 '예비역들의 반발'까지 거론한 것은 불순하다. 퇴역 군 원로들의 우국충정은 존중해야 하지만, 이를 압력수단 삼아 전력증강 예산을 지키려는 것이 진정으로 군과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인지 의문이다. 군이 국가 속의 특권 집단으로 행세한 옛날 옛적의 고루한 사고방식이 아닌가 싶다. 자신을 정부 구성원으로 인식하기보다, 폐쇄적 압력집단의 일원으로 여긴 의혹마저 든다.

전임자 잘못을 반면교사로

우리의 특수한 안보 여건에서 민간 출신 국방장관은 아직 이를 수 있다. 장ㆍ차관의 보고체계 혼선을 '군기 문란'으로 규정한 황당한 논평이 등장하는 현실이다. 그 때문에 새 장관이 전임자의 빗나간 소신행동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당위성은 더욱 크다.

세계 최대의 군을 거느린 미국의 역대 대통령도 방만한 국방예산을 개혁하기 위해 늘 애썼다. 케네디 대통령은 포드자동차의 경영을 혁신해 갓 사장에 오른 로버트 맥나마라를 국방장관으로 삼고초려했다. 존슨 행정부까지 7년간 재임하며 베트남 전쟁을 치른 맥나마라는 "미국은 어떤 안보 비용도 감당할 수 있지만, 엄격한 효율성으로 국방예산을 절약할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영 장관 후보자의 균형 감각에 기대한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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