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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청소년센터, 중·고교 돌며 북한 문화 특강… 질문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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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청소년센터, 중·고교 돌며 북한 문화 특강… 질문 쏟아져

입력
2009.09.0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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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피자 팔아요?""북한 사람들이 된장찌개만 먹는 게 아니에요. 피자, 일식, 돈까스도 팔아요."

"북한에도 PC방이 있어요?" "네, 돈을 내고 컴퓨터를 이용하는 곳이 있어요. 하지만 인터넷을 쓰지는 못하고, 지역 정보만 교류하는 인트라넷을 사용하죠."

3일 오전 인천 부평구 삼산중학교 2학년 10반에서 진행된 '남북문화이해교류' 시간. 40여명 학생들은 북한의 일상생활 하나하나가 다 궁금한 듯 쉴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특강을 맡은 '무지개청소년센터'의 허수경 상담교사는 답변하느라 침이 마를 새도 없었다. "북한에도 과외가 있냐"는 질문에는 "보편적인 것은 아니지만, 특수 계층 아이들은 과외를 받는데 남한처럼 국영수 과목이 아니라 주로 예체능 과목들이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북한 아이들은 다 말랐어요?" "저처럼 뚱뚱한 아이들도 많아요." 북한의 기초 생활부터 궁금해하는, 초보적 수준의 문답은 계속 이어졌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를 넘나드는 요즘 청소년들이라지만, 이들에게 북한은 여전히 미지(未知)의 이상한 나라였다.

이날 수업은 새터민(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청소년을 일대일로 상담하며 사회 정착을 돕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무지개청소년센터'가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북한 문화 일일 특강. 북한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해 폭을 넓히자는 취지인데, 통일 대비 교육과 같은 '막연한' 목적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적이 따로 있다.

바로 해마다 늘고 있는 새터민 청소년들의 일선학교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새터민 청소년들의 학교 부적응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또래 남한 친구들의 무지와 편견이 한 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 교사는 "남한 아이들 대부분이 새터민이란 말조차 잘 모른다"며 "이들의 오해와 편견 때문에 새터민 청소년들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도 북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강사의 한 마디 한마디에 학생들은 신기한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북한 초등학교 교재를 보며 진행된 북한 국어수업 체험에선, '마음의 탕개'(마음의 흐트러짐), '지내'(매우, 너무) 등의 단어가 나오자 학생들은 "무슨 말이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한과 다를 바 없을 것 같은 수학 수업도 마찬가지였다. 허 교사가 "'12-2=10'을 북한에서는 '12덜기 2 같기는 10'이라고 읽어요"라고 하자, 아이들은 "읽는 것도 너무 달라요"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허 교사가 "여러분도 어렵듯이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 남한에 오면 어렵겠죠?"라고 묻자, 아이들은 "네"라며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 마지막에 마련된 새터민과의 만남시간. 북한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온 새터민 최소연(22)씨가 교단에 오르자, 소란스럽던 교실이 단번에 잠잠해졌다. 아이들은 막상 북한 주민 출신을 보자 긴장한 듯 보였다.

최씨가 "여러분, 제가 여러분과 다른가요?"라며 먼저 입을 떼자, 아이들은 "아니요"라며 그제서야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한국에 왜 왔냐" "지금 뭐해요"라는 질문부터 "수영하고 왔어요?"라는 황당한 질문(최씨는 비행기를 타고 입국했다)까지 친절히 답변한 최씨는 "북한 청소년들도 여러분과 비슷한 고민을 한다"며 "친구처럼 따뜻하게 대해 줄 거죠?"라고 다시 한 번 확답을 받았다.

1시간에 걸친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짧은 시간을 아쉬워했다. 박선아(14)양은 "북한수업을 받아보니까 우리랑 말도 다르고, 읽는 것도 달라서 배우기가 어려웠다"며 "하지만 북한청소년에 관해 더 알고 싶은 게 많아 앞으로도 수업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북한에서 남한으로 이주해 정착한 새터민 수는 1만5,000여명. 이 중 청소년(6~24세)이 3,000여명으로 약 20%에 달한다. 하지만 초ㆍ중ㆍ고등학교를 통틀어 새터민 청소년의 재학생 수는 고작 1,143명(2009년 4월 기준)뿐이다. 정규 학교에 진학을 아예 하지 않거나, 진학했더라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학업 중도 포기생은 2005년 11명, 2006년 34명, 2007년 74명, 2008년 59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무지개청소년센터 김미라 상담교사는 "중도 탈락률은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높은데, 생계 문제 외에도 학업과 문화 차이가 주요 원인이다"라며 "이들이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켜서 그만두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허수경 교사는 "새터민 청소년들이 일반 학교에 진학할 때 북한 출신임을 밝히지 않지만 인터넷 용어나 특정 장소명칭 등을 잘 모르는 데다 북한 억양으로 금세 표가 난다"며 "또래 친구들이 북한 문화에 대해서도 거의 몰라, 새터민 청소년들이 '남한 내 북한 사람'으로 계속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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