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카드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당장 변화가 있기야 어렵겠지만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등장은 어떤 형태로든 여권 내 차기 구도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권 내 차기 대권구도는 박근혜 전 대표가 거의 독주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원희룡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등이 자천타천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으나 박 전 대표의 경쟁자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와 여권 내 다른 후보군의 지지도 차이는 20% 포인트 이상까지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후보자의 등장은 여권의 차기 대선 구도를 좀더 복잡하게 만들 개연성이 크다. 정 후보자는 총리 지명 직후 '대권 도전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은 없다. 정 후보자는 경제 전문가 출신이지만 행정 총리나 경제 총리보다는 정치인 총리에 가깝게 비친다. 나아가 2007년 대선 때 민주당 대선주자로 거론된 적이 있기 때문에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그가 차기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이런 측면에서 한나라당내 주류인 친이명박계 인사들은 대체로 정 후보자의 가세에 긍정적 평가를 했다. 한 친이계 의원은 4일 "정 후보자가 총리직을 잘 수행하면서 역량을 보인다면 차기 주자군에 포함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여권 내 유력 대선주자들이 많아져 선택지가 넓어진다면 여권 전반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측도 별로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정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의 독주 구도에 변동 가능성이 생겼다는 자체가 우리에겐 나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의 가세는 대권 경쟁구도를 활발하게 할 것이고, 그런 경쟁 와중에 정 최고위원도 여지를 넓힐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박 전 대표로의 쏠림 현상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도 있다. 정 최고위원 외 다른 잠재 후보군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으로선 일단은 떨떠름할 수밖에 없다. 한 친박계 의원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중간에 서 있던 부동층이 선택할 수도 있는 일종의 대안이 생긴 셈"이라고 평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전망이 많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건전하게 경쟁하면 나쁠 게 뭐가 있느냐"며 "선두 주자에게만 집중될 공격이 어느 정도 분산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대표에게 자극제가 되겠지만 위협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 후보자가 차기 구도에 미칠 영향이 미진으로 그칠지, 아니면 강진으로 전개될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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