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넘어선 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빚까지 얻어 뒤늦게 투자에 나서면서 신용잔고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잔고 급증에 따른 물량 압박으로 증시 상승세가 주춤해 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으로 신용융자 잔고는 유가증권시장 3조3,778억원, 코스닥시장 1조1,617억원으로 총 4조5,39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말 1조5,041억원에 불과했던 신용잔고가 8개월만에 2조원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600선에 바짝 다가섰던 지난달 14일 이후에는 순식간에 5,000억원 이상 늘어나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융자는 고객이 증권사에 일정 수준 증거금을 예치하면 자금을 빌려줘 주식을 살 수 있는 제도이다. 문제는 이런 외상거래의 경우 상승기에는 수익률을 높여주지만, 거꾸로 주가가 내려갈 때는 매물 압력을 높여 주가 낙폭을 키우고 손실을 늘리는 복병으로 작용한다는 점.
실제로 신용잔고가 가파르게 상승하다가 고점을 형성했던 1997년, 1999년, 2007년에도 국내 증시는 함께 폭락했다. 반면 2001년 하반기 이후 2007년 상반기까지 신용융자 규모가 정체된 흐름을 보였을 때에는 시장 역시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우증권 조승빈 연구원은 "업종 대표주 가운데 신용잔고 수준이 높지 않은 종목으로 매매 대상을 압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삼성화재, 삼성전자, 메가스터디, 한국타이어, 한진, 삼성전기, LG패션, 농심 등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한편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만큼 신용잔고 급증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증권사 역시 리스크 관리에 적극적인 만큼, 과거처럼 신용융자가 증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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