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차기 총리가 대내ㆍ외 정책 총괄부처에 당 실세를 배치한 것은 좁게는 정부개혁, 넓게는 신일본 개혁의 신호탄이다.
신설되는 국가전략국 담당장관에 내정된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은 관료개혁 등 국내 개혁을, 외무장관에 낙점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대미(對美) 동등외교 등 대외정책 변화를 총괄 지휘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당 핵심 실세로 이 인사에는 역사적 정권교체의 원동력이 된 민주당 개혁노선과 공약을 '정치 우위의 정책'으로 실현하겠다는 하토야마 차기 총리의 의지가 담겨 있다. 관료가 주도하고 당이 뒷받침했던 자민당 정권의 50년 정책노선을 정치주도형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국가전략국은 예산의 기본 골격을 정하고 부처 정책조정을 담당하는 민주당 개혁 추진의 핵심부처다. 간 나오토 기용은 관료사회 수술과 맞물린 정치 우위의 정책실현, 공약의 충실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불황탈출을 위해 공공사업 확대(자민당 정책) 대신 출산 및 육아 수당 지원, 가솔린세 등의 잠정세율 폐지, 고속도로 무료화 등 내수촉진을 내걸었던 민주당은 9조엔의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간 나오토 내정자는 예산과 정책의 전면 개혁을 위해 '관료들의 저승사자'를 자임해야 할 상황이다.
1996년 자민연립 정권인 하시모토 정부의 후생노동장관으로 혈액제재 에이즈 감염사건 당시 관료들의 저항을 경험했던 간 나오토 내정자에 대해 일본언론들은 "관료중심에서 정치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하려는 자세는 다른 정치인보다 두 배는 강하다"고 평가했다.
오카다 내정자는 대미추종외교를 벗어나려는 하토야마 외교노선을 뒷받침할 적임자로 꼽힌다.'원리주의자'로 통하는 오카다 내정자는 일본 내 미국 핵의 반입을 둘러싼 미일 밀약의 사실 여부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동북아 비핵지대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따라서 오카다의 기용은 미국으로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 오카다 내정자는 한국과 중국에 상당한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무장관으로 유력시되는 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 당 최고고문은 재정ㆍ세제통으로 과거 대장상(현 재무장관)을 지낸 바 있어 기용 확정시 불황극복을 위한 재정운영에 역할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토야마 차기 총리가 당내 계파 수장급인 두 실세를 내각에 차출한 것은 최대 계파를 이끌고 있는 오자와 이치로 차기 간사장의 당 운영에 힘을 실어주고 내분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당은 오자와에게 확실히 맡긴다는 뜻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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