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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창작 무대'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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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 '창작 무대'로 부활

입력
2009.09.0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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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러진 드라마센터의 꿈이 '남산예술센터'에서 만개한다. 무대를 둥글게 감싸고 있는 계단형 객석 480석, 액자형과 돌출형을 겸비한 독특한 무대 구조 등 여타 극장이 따라잡을 수 없었던 하드웨어에다 극장 안팎에 축적된 시간이 발효된다.

1962년 건립된 국내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남산 드라마센터는 1990년대 들어 공연장 기능이 쇠하면서 사실상 교육장 기능으로만 숨죽여 왔다. 독특한 원형 구조, 정극 마당극 무용 등 전 무대 장르를 포용하는 풍성한 공간감 등 이 극장 특유의 구조는 연극애호가들에게 아련한 가능성으로만 존재해 왔다. 이 드라마센터가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시가 예술창작 지원정책으로 시행중인 '창작 아트 팩토리' 사업의 하나로 선정, 6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여한 이 사업은 상업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새 공연예술 현장을 만들자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남산 드라마센터가 보유한 인력과 시설, 자본을 다시 구축해 제작 중심 '극장주의'의 불을 댕기자는 것이다.

남산예술센터와 서울시, 연출가 등은 2일 센터 내 대극장에서 '남산예술센터 2009 시즌 프로그램 라인업'을 발표, 연말까지 올릴 무대 내역을 공개했다. '동시대성과 실험성'이란 화두 아래 선보일 작품들은 연극, 복합 장르, 무용, 영상 등 다양한 어법을 통해 우리 시대 무대 예술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모색, 객석에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이 날 이성열, 박근형, 장기하 등 참가 예술가들은 연극, 무용, 영상, 가무악극 등의 장르로 각각 분류되는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다채로운 무대어법의 매력을 펼쳐 보였다. 특히 7편 모두 창작 초연이란 사실은 이들 무대에 깃든 기대를 충분히 방증한다.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을 거는 첫 무대는 냉소적, 잔혹극적 이미지들로 현대인의 초상을 그린 고선웅 등 연출의 '오늘, 손님 오신다'(11~20일). 이어 가족에 깃든 비밀들을 풀어 헤치는 박근형의 '바다 거북이의 꿈' 등 젊은 연출가들이 무대화하는 우리 시대의 모습은 TV나 영화 등 매체들의 상투성을 비웃는다.

임진왜란 3년 전의 흉흉한 민심과 사회를 가무악을 동원해 그린 극단 연우무대의 '길삼봉뎐'은 남산예술센터 특유의 원형 구조를 제의적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고종의 5번째 아들인 의친왕의 아들 이우가 걸어야 했던 삶의 풍경을 진지하게 그린 이성열의 '운현궁 오라버니'는 뮤지컬이나 패러디 등으로 지난 시간을 성찰한다. 한일 강제 합병 100주년인 내년을 겨냥한 무대기도 하다.

이번 무대 중 '뉴 웨이브 공연 예술 축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페스티벌 장(場)'(10월 7~16일)은 그 절정이다. 현대인의 공허함을 두 배우가 다양한 몸짓으로 표현하는 극단 몸꼴의 '허기진 휴식', 영상과 춤이 융합된 김윤진무용단의 '다녀오세요, 구두가 말했습니다', 영상과 연극의 혼합으로 햄릿의 내면을 그린 실험극단 4관객프로덕션의 'The Blue'등은 차세대 무대 양식을 엿보게 한다.

이들 무대의 무게감을, 사회 초년병의 다단한 일상을 연극적 장치에다 포크와 록으로 빚어낸 가수 장기하의 드라마콘서트 '정말 별 일 없었는지'가 누그러뜨린다.

서울문화재단 안호상 대표이사는 "예술가와 극장이 발전적으로 공존하는 선순환 모델의 확립이 목표"라며 "장르마다 상주 예술가 제도를 정착, 제작 중심의 극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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