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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 뒤/ 노선·지역·서열·직급 파괴…'파격 인사' 즐기는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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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 뒤/ 노선·지역·서열·직급 파괴…'파격 인사' 즐기는 MB

입력
2009.09.0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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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이념이나 지역, 기수 등 과거의 주요 인사 기준을 무시하는 파격 인사를 종종 선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후배가 상관이 되고, 갑자기 직급이 강등되는 역류 현상도 벌어지곤 한다.

하지만 전문성도 없는 '깜짝 인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을 중시하되, 인사 관례라는 작은 틀은 과감히 버리면서 큰 틀의 효율성을 따져 기용하는 실용적 용인술을 즐기고 있다.

먼저 '정운찬 총리 카드'가 그렇다. 그는 보수정권의 이념이나 정책 노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현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립 각을 세우며 정치적으로는 반대편에 서 있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내각의 지휘권을 맡겼다.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는 5공 이후 보수정권에서 처음 탄생한 호남 출신의 법조계 사령탑이다. 이례적 인사인 탓에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이 대통령은 흔들리지 않았다.

또 그는 검찰총장과 청와대 민정수석보다도 기수가 아래다. 고시 후배가 상관이 된 것이지만, 이 대통령은 세 명에게 "기수와 관계 없이 업무 조율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다짐을 받은 뒤 낙점했다고 한다.

백용호 국세청장과 윤진식 청와대 정책실장 겸 경제수석은 실질적 영향력이 강화됐으나 직급상으로는 강등된 케이스. 백 청장은 정권 출범과 함께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에 올랐다. 그러다 올 7월 차관급인 국세청장으로 강등됐다. 공정거래위원장 당시 과감한 개혁을 추진했던 경험을 살려 국세청도 개혁해달라는 특명에 따른 것이다.

윤 실장도 지난 정권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차관급인 청와대 수석으로 기용됐다. 이 대통령은 이들에게 "장관이면 어떻고 차관이면 어떠냐.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득한 뒤 기용했다.

또 정문헌 청와대 통일비서관은 전직 한나라당 의원이다. 의원 출신이 1급 비서관으로 임용된 것도 전례가 없다.

이 대통령이 직접 인사한 작품은 아니지만 독일 출신 귀화인 이참씨의 한국관광공사 사장 기용도 파격 인사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파격적이면서 실용적인 인사는 서열 위주의 정부 조직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위 관리부터 능력 위주로 경쟁하는 구도가 자리 잡혀야 공직 사회 전체가 보다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권 전체의 인재 풀이 협소한 탓에 불가피하게 인사가 파격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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