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르 클레망 지음ㆍ류재화 옮김/국민서관 발행ㆍ170쪽ㆍ9,000원
이 책의 배경이 되는 프랑스는 115년이란 기간을 거쳐 고령사회가 됐고, 그 뒤 40년에 걸쳐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고령사회 진입 기간 18년, 초고령사회 진입 예상 기간이 8년밖에 되지 않는다.
노인이 늘자, 부쩍 요양원도 늘어났다. 특히 복지시설로 여겨졌던 요양원이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시작으로 잇속을 차리는 요양 '회사'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국가 지원금이 머릿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어르신 유치 경쟁까지 벌어졌다. 평가의 기준이 되는 시설 개보수에는 열을 올리는 반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전문 인력은 줄줄이 내쫓았다.
그림소설책 <룰레트> 는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어루만지는 듯하면서 꾸짖는다. 주인공인 소녀 룰레트는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충격으로 벙어리가 된 할아버지를 양로원으로 보내려는 어른들에게 반대한다. 할아버지는 가식적인 간호가 아니라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룰레트는 알고 있다. 룰레트는 할아버지를 몰래 노숙자 푸푸와 파리가 사는 버려진 기차칸으로 데려간다. 룰레트>
기차칸은 냄새 나고 열악한 공간이지만 할아버지를 인간적으로 대하는 매우 상식적인 곳이다. 이들은 애써 할아버지를 챙기지도, 그렇다고 내팽개치지도 않고 함께 땔감을 모으고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생활한다.
책은 어린이들에게 억지 교훈을 주는 대신 이혼과 이민자 문제 등 프랑스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오히려 그래서 편견은 사라지고, 다양성이 체화된다. 자작시를 읊는 게 낙이었지만 말문을 닫아버린 할아버지, 다시 시를 쏟아낼 수 있을까.
김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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