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전국 1만1,426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간제근로자 실태조사'결과가 어제 발표됐다. 예정(지난달 말)보다 늦어진 데 대해 노동부는 오류 검토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내용을 보면 진짜 이유는'해석'에 대한 고민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현행 비정규직법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7월 계약기간 만료자(1만9,760명) 가운데 정규직 전환은 36.8%로, 법 시행 이전인 6월의 38.8%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 2007년 8월~2009년 3월의 2년 이상 근속자의 평균 정규직 전환율 38.3%와 비슷하다. 그나마 그들 중에는 처우개선 없이 고용만 보장하는 무기계약자가 많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비정규직법이 정규직 전환에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노동부는 법과 관계없이 관행대로 기간제 계약을 다시 체결해 근무하고 있는 경우가 26.1%나 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현행 비정규직법이 탈법 및 편법고용을 조장해 노동시장의 혼란, 노사관계의 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야당과 노동계가 이를 잠재 정규직으로 보고 전환율이 63%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정반대 시각이다.
설령 노동부의 해석이 100% 옳다 하더라도 비정규직 문제가 이렇게 된 데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 '100만 해고 대란'은 결국 과장이었다. 비록 편법, 불법일망정 예상보다 고용유지율이 높다. 편법ㆍ불법 재계약도 그렇다. 노동부가 조사와 단속, 시정의 현실적 한계를 들먹이며 방치한 결과다.
이런 판에 또 다시 편법으로 "현실이 이러니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기간 만료(2년)된 경우에도 재계약을 허용하자"는 식의 발상은 언뜻 현실적 대안처럼 보이지만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와 여당부터 객관적인 판단과 솔직한 자세로 비정규직 문제를 대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다뤄본 적이 있고 이해관계 조정능력도 갖춘 공무원ㆍ정치인 경력 인사가 새로 노동부장관을 맡게 된다니 기대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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