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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한일 언어교육 격차' 해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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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한일 언어교육 격차' 해소를

입력
2009.09.0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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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하여 54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자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자민당 체제 하에서의 미국 중심 외교정책을 수정하고 앞으로 동아시아 공동체를 지향하겠다는 방침은 한국에 일단 호재가 될 수 있다. 일본으로서 동아시아에서 가장 믿을 만 한 상대는 한국이며 그래서 먼저 한국에 'love call'이 올 수도 있다.

세계적 공동체를 보면 동아시아는 서유럽과 유사한 점이 많다. 오랜 세월동안 공동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20세기 들어와선 외부 세력의 침략에 시달렸다. 서유럽 역시 20세기를 전후로 큰 전쟁을 두 번 겪었고, 그로 인해 세계의 경제 및 문화 중심을 미국으로 넘어주게 됐다. 동아시아 역시 20세기 전반에 많은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동아시아와 유럽은 차이도 적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에서는 민족주의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동체 형성에 필요한 신뢰와 화해가 형성되기 어렵다. 유럽 통합은 경제협력으로 시작돼 법률과 인권문제 등을 포함하게 되었고, 공동통화에 대한 신뢰구축을 위해 유럽헌법 제안까지 나왔다.

총리가 될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는 선거기간 중 'Voice'라는 일본 월간지에 자신의 정치철학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유럽 통합의 이상과 원리를 언급하면서 "아시아 공동통화를 실현하려면 향후 1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정치적 통합을 가져오기까지는, 더 많은 세월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유럽연합이 지향하는 '깊은 연합' 형태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갖고 있다고 보인다.

이러한 구상을 현실화 하려면 독도 등 한일간 역사적 쟁점에 대한 해결이 있어야 하겠지만, 신뢰와 화해의 바탕이 되는 문화의 이해ㆍ교류를 먼저 심화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과제는 한국과 일본이 '상호 언어교육 격차'를 줄여 나가는 것이다. 일본국제문화포럼(TJF)의 2002년 조사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전국 4년제 대학 686 곳 가운데 322 곳(47%)에 한국어 수업이 개설돼 있다.

한 대학 평균 200명 정도로 계산하면 65,000 명 정도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셈이지만 전공으로 가르치는 대학은 매우 드물다. 반면 2006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에선 거의 모든 대학에 일본어 수업이 개설돼 있고 95개 학과 1만 5,427 명이 일본어를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의 격차는 더욱 심하다. 일본 문부과학성 조사에 따르면 2005년에 전국 5,418개 고교 중 286 곳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고 학생수는 8,891 명에 불과했다. 반면, '교육통계년보'에 따르면, 같은 해 한국에선 36만 7,000여 명의 고교생이 일본어를 배우고 있었다.

2006년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이 7,145 명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일본 대학에선 한국어를 유난히 많이 배우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상대 국가인 한국에서의 일본어 교육 규모에 비하면 그 차이가 너무나 크다.

유럽의 경우도 거의 무든 나라가 영어와 함께 지역어 또는 고유의 민족언어를 교육하고 있어 주변국가와 '상호 언어교육 격차'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사이만큼 현격하지는 않다. 이웃 나라 간에 서로의 언어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상호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러한 상호존중 정신은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신뢰와 화해의 기본 전제가 된다. 한일 간에 오래된 앙금은 대부분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결될 문제들인데, 이 가운데 '상호 언어교육 격차'와 같은 문화적 이해ㆍ교류 문제도 결코 다르지 않다.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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