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헤로인 원료 물질을 해외로 밀반출하려던 염색업자가 붙잡혀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김영진)는 염색업체 대표 박모(39)씨를 마약류관리법 및 관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박씨는 8월 중순 수출용 컨테이너를 사들여 그 안에 헤로인 원료인 무수초산 10.64톤을 532개의 용기에 나눠 담은 후 바깥쪽은 원단을 실어 수출용 화물로 위장하는 속칭 '커튼치기' 수법으로 인천항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수출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중 세계 최대 아편 생산국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수초산이 비싼 값에 거래된다는 말을 듣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 마약수사청(DEA) 등과의 공조 수사로 박씨를 검거했으며, 원료 공급 과정에 관여한 파키스탄인 공범 2명을 검거하기 위해 파키스탄 마약수사청(ANF)과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로인은 생아편으로 만든 모르핀에 무수초산 등을 넣어 가열하는 방식으로 제조하는데, 그 효과가 모르핀의 10배 이상에 달하고 중독성도 커 '마약의 황제'라 불린다. 검찰은 적발된 무수초산의 양이 1,000만 명 이상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5톤 이상의 헤로인을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밝혔다.
199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는 동남아에서 북미 지역으로 운반되는 헤로인의 중간 경유지로 이용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헤로인 사범이 거의 적발되지 않았다. 검찰은 우리나라가 마약의 안전지대라는 점을 악용해 헤로인 원료물질인 무수초산이나 과망간산칼륨 등을 밀수출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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