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세기의 무용수'라는 극찬을 받고, 일본에서는 '가장 사랑하는 발레리노'로 뽑힌 블라디미르 말라코프(41)가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러시아 안무가인 보리스 에이프만(62)이 안무하고 국립발레단이 출연하는 발레 '차이코프스키'에서 차이코프스키 역을 맡아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는 것.
베를린 슈타츠 발레단의 주역무용수인 그와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62)을 4일 만났다. 이미 국내에서 네 번째 작품을 발표하는 에이프만은 "차이코프스키의 내면 이해가 매우 중요한 작품이므로 푸쉬킨의 '마음으로 하는 비행'이라는 시구처럼 무용수들에게 음악을 느끼라고 지도한다"라고 말했다.
- '차이코프스키'의 러시아 초연 당시 극심한 반대가 있었다는데.
"1993년 러시아에서 차이코프스키는 우상 같은 작곡가였기 때문에 그의 동성애, 자살, 약물복용 등의 이야기는 공개할 수 없었다. 첫 공연이 있었던 상트 페테르부르크 극장 주변에는 시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하지만 공연은 성공적이었고, 이후 세계 각국에서도 호평을 받았다."(에이프만)
- 차이코프스키로 말라코프를 택한 이유는.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원들은 근육이 많고 몸이 크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는 고통받는 영혼의 소유자다. 말라코프의 재능과 신체조건은 이런 그의 이미지를 재현해 내는 데 적합하다. 국립발레단원들도 그의 음악을 내면화시켜 세밀하게 캐릭터에 접근하고 있어 만족스럽다."(에이프만)
- 당신은 발레리노는 발레리나의 서포터라는 인식을 바꾸는데 일조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특별했던 파트너가 있다면.
"고전 발레에서는 '지젤'. 모든 파트너가 다른 방식으로 도움을 줬기 때문에 누구 하나를 꼽기 힘들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객원무용수로 활동하던 1990년대 초반에 강수진과 '파랑새'를 공연한 것도 기억난다."(말라코프)
- 발레단에서 예술감독도 하고 있는데.
"기회가 있으면 안무도 하지만 아직은 무대에 서는 일이 많다. 올해에는 '라펠'이란 작품을 리메이크해서 첫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말라코프)
앞으로 한국과의 관계를 묻자, 에이프만은 푸쉬킨의 소설인 '오네긴'을 LG아트센터에서 소개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오네긴'은 배경을 원작의 19세기 초에서 21세기로 바꾸고,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현대음악을 함께 사용한다. 말라코프는 "이번 공연이 한국 팬들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10~13일, 말라코프는 10, 12일 출연. 문의 1588-7890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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