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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생태가 살아난다] <2> 경안천의 新상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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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생태가 살아난다] <2> 경안천의 新상전벽해

입력
2009.09.0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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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발전을 내세우는 요즘엔 상전벽해라는 말이 흔하게 나온다. 전에 빈민촌이었던 자리에 수십층짜리 첨단빌딩이 들어서는가 하면 쓰레기매립장이 자연생태공원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경안천도 그 중 하나다. 경기 광주시와 용인시를 관통해 팔당호로 흘러 드는 이 하천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악취가 진동하는 죽음의 하천이었고 팔당호를 더럽히는 주범이었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경안천과 연결된 지천에서는 양돈업이 성행했고, 인근에 공장과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오염은 가속화했다. 수질을 판단하는 기준인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워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주민들과 지자체가 한마음으로 과거의 경안천을 되살렸다.

곤충과 철새의 천국

여름의 끝자락인 8월 말. 과거의 경안천을 떠올리며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는 너른고을생태학교 회원 8명과 함께 경안천으로 향했다. 도로 옆을 나란히 달리는 경안천은 생명체들의 거친 숨소리와 움직임으로 요란했다.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경안천 하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습지생태공원이다. 축구장 20개를 합친 크기라고 하니 제법 큰 규모다. 인공이란 단어는 본능적으로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공원 내 맨땅을 밟을 때마다 수풀 속에서 튀어 오르는 곤충들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엄지손가락만한 방아깨비들이 얼굴에 수시로 부딪혔다. 콘크리트 바닥에 진을 친 메뚜기 무리를 피하려고 지그재그로 지나다니는 사람도 보였다.

나뭇가지 끝은 고추잠자리와 나비잠자리 차지다. 두 발이 퇴화했다는 네발나비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가지가 움직이는 것이 신기해 가까이 가보니 자벌레 한 마리가 자신을 감추려고 기술을 부린 탓이다. 인공습지와 자연습지를 가르는 수변 산책로 펜스에는 갈색 왕사마귀집도 보인다.

이 곳은 벌레소리가 가득 찬 곤충의 천국이다. 마치 여름 볕을 쬐려는 곤충들의 마지막 몸부림 같다. 산책로에서 잠자리채와 곤충도감을 양손에 든 용인 길토래비자연학교 소속 생태전문가들을 만났다. 그들은 "상류에서 납지리 긴몰개 참몰개 등을 봤다"며 자랑했다. 아닌 게 아니라 안 보이던 어종이 경안천에 다시 나타났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겨울엔 큰고니떼 장관 연출

동행한 회원인 안양숙 씨는 "곤충과 물고기가 이처럼 많다는 것은 습지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다 자란 곤충은 숲 속을 보금자리로 삼지만 녀석들이 태어난 곳은 물 속이다. 성충으로 지내는 시간은 녀석들의 일생에서 일부에 불과하다. 곤충이 습지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경안천 물이 그 만큼 깨끗해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먹잇감이 될 벌레들이 풍부한 탓인지 가지 사이 공간에는 빠짐없이 거미줄이 쳐있다. 무당거미와 긴호랑거미는 경안천의 터줏대감이다. 거미줄마다 벌레 2마리 정도는 칭칭 감겨있을 정도로 예비식량이 풍부하다. 아슬아슬한 무당거미의 짝짓기 모습도 시선을 끈다. 수놈은 자신보다 5배나 큰 암놈과 마주보고 있다. 암놈은 입을 좌우로 움직이며 뭔가 기회를 엿보고 있는 자세다.

경안천이 철새들의 낙원이 된 것도 같은 이치다. 수질이 개선되고 먹이가 풍부하다는 뜻이다. 수변 산책로를 경계로 팔당호 방향에 형성된 자연습지에서는 새들의 먹이사냥이 한창이다. 마름 주변에 몰려있던 물닭이 잠수하며 물고기를 낚아챘다. 흰뺨검둥오리도 마름 위를 날개를 퍼덕이며 잽싸게 걸어가더니 사냥에 성공했다. 팔당호 저편에서는 왜가리와 쇠백로, 중대백로 등 대형조류들이 자리잡고 있다. 먹이가 얼마나 많길래 그럴까. 물 속을 들여다보니 팔뚝만한 잉어와 붕어가 헤엄치고 그늘진 곳에서는 물고기 수백 마리가 뒤엉켜 철렁철렁 소리를 냈다.

이 곳은 몇 해 전부터 백로 왜가리 민물가마우지 논병아리 청둥오리들이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겨울에는 큰고니 500여마리가 경안천을 뒤덮어 장관을 연출했다. 밤에는 포유류들의 천국이다. 경안천 양편 야산에서는 고라니 너구리 등이 몰려온다. 삵을 목격했다는 주민도 있다.

단풍잎돼지풀, 쥐꼬리망초, 둥근잎매듭풀, 활나물,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과 이름 모를 식물과 꽃까지 200여종이 터를 잡고 있다. 산호랑나비 애벌레가 먹고 자란다는 구릿대와 꼬리명주나비 유충의 주식인 쥐방울덩굴도 관찰됐다. 환경부 보호종인 식충식물 통발도 습지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금개구리 서식지도 확인

갈대와 부들은 습지의 진정한 주인이다. 개개비, 붉은머리오목눈이, 흰뺨검둥오리, 덤불해오라기, 쇠물닭 등 작은 새들은 이들 사이로 몸을 숨기고 있다. 갈대와 부들은 자연정화 능력이 뛰어나다. 팔당호로 흘러 드는 경안천 하류에 이들을 인공적으로 심어놓은 이유도 팔당호 수질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갈대군락 옆에 조성된 연은 갈대보다 정화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오염된 물조차 맑게 하는 거름장치이자 생명을 잉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꽃을 그늘 삼아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한 마리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금개구리는 울음주머니가 없어 소리로는 분간이 안 된다. 금개구리 서식지의 존재는 생태복원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권혁진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청계천이 3년만에 이룩한 성형미인이라면, 경안천은 10년 넘게 시민들과 지자체가 노력해 꾸며놓은 자연미인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철원기자

사진=최흥수기자

■ 경안천, 주민·지자체 "청정하천 복원" 10년

"애물단지가 보물단지로 변했어요."

강천심(48ㆍ여)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 본부장은 경기 광주시에서 태어나 줄곧 자란 토박이로 경안천 살리기의 주역이다.

"1980년대 초만 해도 경안천은 멱도 감고 피라미도 잡던 청정하천이었습니다. 그런데 80년대 후반부터 상류에 돼지사육장 등이 대거 들어서면서 순식간에 죽음의 하천으로 변했죠.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물이 오염되면서 각종 규제가 가해졌고 지역개발의 발목을 잡았어요. 또 사람들이 물에 들어갈 생각을 안 했죠. 인근 시군에서 화물차가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어요."

평범한 가정주부인 강 본부장이 경안천 살리기에 뛰어든 1995년. 주민들 몇몇이 모여 하천을 살려야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들이 중심이 돼서 경안천시민연대를 만들었다. 이 조직을 토대로 2006년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가 발족됐다. 본부의 운영자금은 경기도와 용인시, 광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때부터 적극 지원했다. 그 이후 운동본부 예산도 지자체가 갹출해 조달하고 있다.

"처음엔 하천쓰레기제거작업을 하는 동시에 주민들을 상대로 한 계도와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주민들도 하나 둘씩 동참하더군요. 집 앞 쓰레기가 경안천으로 유입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한 달에 2번씩 '클린데이'를 정해 내 마을 청소를 자발적으로 시행했습니다."

강 본부장은 "민관이 합심해 수질개선에 나설 결과 하수종말처리장이 상류 곳곳에 설치돼 수질이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염의 주범인 축산농가에 가축분뇨 수거운반시설을 설치하고 농약과 비료, 생활하수 등을 처리하는 저감시설도 마련했다.

"요즘 고니, 해오라기, 왜가리 등이 몰려드는 수도권의 대표적 철새도래지로 변한 걸 보면 뿌듯합니다. 더욱이 평일에는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 주말에는 나들이객들로 붐비는 관광명소가 됐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그는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정화가 안된 가정하수가 여전히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장마철엔 쓰레기가 상류에서 휩쓸려오기 때문이다. 강 본부장은 "하수종말처리시설을 증설하고 지속적인 쓰레기제거 작업을 통해 1급수로 바꿀 때까지 지킴이로 남아있겠다"고 강조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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