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파인 지음·김선형 옮김/사계절 발행·252쪽·1만2,000원
생태계와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말하려면, 꼭 묵시록의 분위기를 풍기며 목소리를 깔아야 할까. "노!" <굿바이, 스바루> 는 무척 쾌활하게 지구의 내일을 고민하며 사는 남자의 이야기다. 헬레나 호지 할머니가 쓴 <오래된 미래> 의 '박민규 버전'쯤 되려나. 오래된> 굿바이,>
이 책의 112쪽 둘째줄. "탄소 중립적 자동차를 모는 일은 스릴 넘치는 일이다. 폐식용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유일한 부작용은… 경찰은 배기가스를 흩으려 하다가 문득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감자 튀기는 냄새가 나는데요. 나는 교정해주었다. 깐풍기예요."
글을 보면 잘 나가는 코미디 작가 아닐까 싶지만, 저자 덕 파인은 버마, 르완다, 라오스, 과테말라 등 오지와 분쟁지역을 전문적으로 취재해 온 저널리스트 출신이다. 게다가 한국으로치면 강남 도곡동쯤 되는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 도시내기. 안온하지만 천천히 지구의 숨통을 조이는 도시 생활에 빠져있던 그는, 세계적 기상 변화와 화석연료시대 말기의 암울함을 목도한 끝에 이러한 결심에 이르게 된다. 그닥 엄숙하지는 않다.
"알래스카에서 벌벌 떨고 타지키스탄에서 총알을 피해다니는 경험을 하고 나서도 변함없이 재확인하는 사실은… 쿵쿵 울리는 서브우퍼가 좋다는 것. 간드러지는 음악을 태양열로 들을 수 있다면, 유엔을 두려워하는 이웃들한테서 베이스 기타 소리 때문에 힐러리 클린턴이 나오는 악몽을 꿨다는 불평을 여전히 들을 수만 있다면, 유레카! 평범한 미국인이 화석연료를 대폭 줄이고도 평범한 미국인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저자는 가진 것을 탈탈 털어 무작정, 지구온난화로 인해 사막으로 변해가는 뉴멕시코의 시골마을 조그만 목장을 하나 산다. 그러나 가장 먼저 깨닫는 건 "아무리 절실히 원한다고 해도 휘발유와 중국 생산품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유기농 식품을 사기 위해 월마트까지 차를 끌고 가야 하는 모순부터 끊기로 한다. 그러나… 씨앗 대신 새끼 염소 두 마리부터 산다. "사회야 어떻게 돌아가건, 아이스크림 없인 못 살겠기" 때문이다.
낙농의 'ㄴ'자도 모르던 그가 염소젖을 짜 아이스크림을 만들기까지의 눈물겨운 투쟁, 12년 된 애마 스바루(일본 자동차 브랜드)를 떠나보내고 바이오 원료 자동차를 개조하는 과정, 우박 폭풍의 사막에 밭을 일구는 귀농 생활의 땀방울이 가공할 유머 속에 담겨 줄줄이 이어진다.
키득키득 배꼽을 잡고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위악스러운 개그 속에 저자가 말하는 진짜 메시지가 슬그머니 전해진다. 도미노 피자와 이마트에 중독된 생활을 자연스레 되돌아보게 해주는 그가, 그래서 무척이나 고맙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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