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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개각 이후/ 정운찬, MB손 잡은 이유는 "MB정부 서민정책 전환에 영향 받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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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개각 이후/ 정운찬, MB손 잡은 이유는 "MB정부 서민정책 전환에 영향 받은 듯"

입력
2009.09.0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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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총리'카드를 집은 것은 꽤 좋은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비판자를 끌어안는다는 포용과 화합의 정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점, 소외된 충청권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 여기에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하는 차기 대권구도를 경쟁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점까지. 이 대통령은 이번 개각으로 1석3조의 효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이제 남는 관심은 정 총리후보자의 선택이다. 이 대통령은 정 후보자를 선택한 이유는 그렇다 쳐도, 정 후보자는 왜 이 대통령의 제의를 받아들였느냐는 것이다. 그가 현 정부 정책기조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해왔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 굳이 가른다면 한나라당 보다는 민주당 쪽에 가깝다는 게 그간의 정설이기도 하다. 때문에 MB의 선택 보다 정운찬의 선택에 더 궁금증이 쏠리고 있다.

그의 측근들은 이에 대해 'MB노믹스의 변화'를 꼽았다. 정 후보자의 애제자 중 한명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친대기업 정책과 부자감세를 추진하던 MB노믹스가 최근 들어 서민과 중도ㆍ실용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가 평소 경제정책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정 후보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고 말했다.

역시 애제자 가운데 하나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정 후보자의 평소 소신에 비추어 본다면 경우에 따라 MB노믹스 자체를 수정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환경 변화'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안 된다. 총리직 자체가 정치적 자리인 이상, 이 대통령의 선택이 정치적이듯 정 총리후보의 선택 역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정치적 꿈'에 무게를 둔다. 지난 대선 때 확인됐듯 본인의 대권의지가 강했던 만큼, 이번 총리직 수락도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대권 출마에 대해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한 정치권 인사는 "그는 기존 정당에 들어가 치열한 투쟁과 경쟁을 통해 대권후보로 올라설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며 "사실 격한 권력투쟁을 거치지 않고 정치적 거물로 부상할 수 있는 지름길로선 총리직이 최고"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총리가 됨으로써, 그는 학자 이미지를 씻고 단박에 국가지도자 반열에 오르게 됐으며 '충청권 대표주자'로 부상할 수 있게 됐다.

그가 '대권'보다는 '총리'자체에 매력을 느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대 총장까지 마친 상황에서 현실참여 욕구가 강해졌고, 총리직을 통해 자신의 경제철학을 펼치고 싶은 의욕을 느꼈을 것이란 얘기다. 그렇다 해도 총리직 성공이 대권가도로 자연스레 이어진다면, 그가 굳이 마다치는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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