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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출구전략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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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출구전략이 뭔가요

입력
2009.09.0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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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이 뭔가요

Q.경기가 서서히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요즘 부쩍 '출구전략'이라는 말이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합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누구는 "서둘러야 한다", 누구는 "아직 때가 아니다"며 말들도 많은데요. 출구전략이 대체 뭐고 얼마나 중요하길래 이처럼 요란한 걸까요.

A.

왜 '출구'라고 부르죠?

출구전략(Exit Strategy)은 경제 침체나 위기가 종료되고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사용하는 경제 정책을 말합니다. 원래는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전쟁을 종료하고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빠져나오기 위해 사용했던 전략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부터 출구전략이라는 용어가 경제나 경영에서도 사용되게 된 것이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운전할 때를 예로 들어 볼까요. 대낮에 고속도로에서 터널을 만나게 되면 몇 가지 할 일이 있죠. 먼저, 입구전략(Entrance Strategy)인데요. 우선 전조등을 켜야 합니다. 만약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면 당연히 벗어야겠죠. 어두운 만큼 속도도 조금 낮추는 게 좋습니다. 터널 안에서는 차선 변경도 해서는 안됩니다. 앞차와의 간격도 더 길게 유지해야겠지요.

그렇게 운전을 하다가 터널의 출구에 도달하게 되면 터널에 들어가기 전 상태로 돌아와야 합니다. 전조등은 끄고, 선글라스도 다시 착용하고, 속도는 높이고, 앞차와의 거리도 좁히거나, 차선 변경을 해도 되고 등등입니다. 이렇게 터널에 들어갈 때 취했던 조치들을 출구에 도달해서 원상태로 복원시키는 것을 출구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입구전략을 썼을까요?

위에서 얘기한대로, 출구전략이 얘기된다는 건 그에 앞서 입구전략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우리 정부와 통화당국은 위기의 입구에서 크게 다섯 가지 긴급 조치들을 실시했습니다.

첫째는 통화 공급입니다. 시중에 돈을 풀어 건실한 은행이나 기업이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도산하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지요. 위기 발생 이후에 한국은행은 채권 매입 등을 통해서 총 27조5,000억원의 돈을 시중에 공급했습니다. 또 외환시장에서의 외화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외환을 공급했는데, 특히 미국과 체결한 통화스와프(풀어읽는 키워드 참조) 한도 300억달러 중에서 163억5,000만달러를 공급했지요.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중소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담보 없이 돈을 빌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지급보증을 확대해줬습니다.

둘째는 금리 인하입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5.25%에서 2.00%까지 낮췄습니다. 기준금리를 따라 각종 시중금리가 내리면서 기업과 가계 등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변동 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사례로 들어 보겠습니다. 보통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따라 움직이는데, 연 5.75%이던 CD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이후 2.5%까지 떨어지면서 1억원 빌린 사람의 이자 부담이 연간 50만원 대에서 20만원 대로 줄었습니다.

셋째는 적자 예산 편성입니다. 정부 예산을 많이 사용해 국민들이 돈을 벌 수 있게 하고, 그 돈이 소비로 연결되어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을 막은 것입니다. 정부는 작년에 유류세 환급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서민들에게 돈을 나눠줬고, 올해는 당초 적자 예산에다 추경 예산까지 약 29조원을 편성해서 희망근로사업도 하고 4대강 살리기 사업도 본격 추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넷째 각종 세제와 제도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우선 자동차 구입을 촉진시키기 위해 자동차를 살 때 내는 각종 세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해줬습니다. 이것이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린 효과가 0.7% 가까이 됩니다. 또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서 양도세 부담을 줄여주고, 은행대출 조건도 많이 완화해줬습니다. 일자리 나누기를 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대책도 발표했고, 또 공기업의 인력 구조조정도 일자리 나누기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은행과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했습니다. 은행이 부실화되면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자칫 예금인출 사태까지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는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서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부실 기업도 그대로 놔두면 부실이 점점 더 커져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은행을 통해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가속화 해왔습니다.

출구전략은 어떻게 될까요?

출구전략은 앞에서 열거한 입구전략을 정확하게 반대로 한다고 보면 됩니다.

우선 시중에 풀었던 돈을 회수해야겠지요. 한국은행은 입구전략으로 풀었던 돈 27조5,000억원 중에서 약 17조원을 이미 회수했습니다.

언젠가는 금리도 인상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금리 인상은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매우 큽니다. 자칫하면 경기가 다시 추락하는 실수도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1929년 세계 대공황이 마무리 되는 듯 했던 1937년에 출구전략을 구사했다가 경기가 다시 침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습니다. 최근에는 1997년에 일본이 출구전략을 잘못 써서 '잃어버린 10년'을 2000년대까지 연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지요. 따라서 금리 인상은 출구 전략 중에서도 가장 나중에, 그리고 신중히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적자 예산으로 늘어난 빚은 조만간 흑자 예산을 편성해서 몇 년에 걸쳐 갚아나갈 것입니다. 단, 경기가 살아난다는 가정 하에서입니다. 그 방식은 정부 예산을 줄여나가기는 어려우니까 세금을 늘리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한시적으로 풀어놨던 세제나 제도는 다시 정상적인 수준으로 조이게 될 것입니다. 자동차 구입 관련 세금 감면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자동으로 없어질 것입니다. 부동산 관련 세제와 제도도 강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부가 개입해서 추진하던 은행이나 기업 구조조정은 향후에는 시장 자율로 이루어지도록 개입을 줄여나갈 것입니다.

개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선 향후 금리가 인상될 것에 대비해서 점진적으로 부채를 줄여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기준 금리가 5~6%대까지 올라가면, 은행권 대출에 대한 가계의 이자 부담은 8~10%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2금융권 대출은 이자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상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동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자동차 세 감면 혜택이 있는 올해 내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년 이후로 자동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하이브리드 차량을 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세계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면 기름 값이 급등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주택 구입은 실수요 중심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택의 실수요자라면 경기가 살아나기 이전에 사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투기적 목적의 주택구입은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특히 강남 재건축처럼 과열된 시장은 쳐다보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미 대출 규제 강화와 같은 출구 전략을 실시하고 있고 앞으로 점점 더 강력한 조치가 나오게 될 것입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풀어읽는 키워드

통화 스와프(Currency Swap)란

두 거래 당사자가 서로 다른 통화를 빌려주고 빌려 받는 것입니다. 국가간이나 기업, 개인간에 모두 가능합니다. 지난해 체결된 한ㆍ미간 통화 스와프는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은행으로부터 미화 300억달러를 한도로 필요할 때 일정 기간동안 원화를 맡기고 그 액수만큼의 달러를 빌려오는 계약이었습니다.

■ 각국의 출구전략

출구전략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고민거리가 아닙니다. 경제위기를 맞아 앞다투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췄던 각국은 요즘 저마다 출구전략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관건은 타이밍입니다. 서둘러 출구전략을 썼다가 자칫 회복하던 경제가 다시 망가지는 것도 큰 일이지만 너무 늦게 나설 경우, 물가 급등 같은 부작용도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국가간의 출구전략 시행 시차도 민감한 문제죠. 한 나라가 먼저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고 쳐 봅시다. 다른 나라보다 높은 금리를 노리고 해외에서 투자금이 몰릴테고, 그 나라 통화는 강세를 띠겠죠. 낮은 금리 탓에 빠져나가는 투자를 잡으려고 각국이 앞다투어 금리를 올리게 되면 자칫 국가간에 심각한 통화전쟁을 유발하거나, 가뜩이나 위태로운 세계 경제 회복세가 다시 고꾸라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번 위기의 진원지로 가장 늦게 출구전략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달러화가 이런 각국의 금리차로 인해 약세에 빠지면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는 다시 한번 혼란을 겪을 가능성도 큽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래서 최근 "각국 간의 출구전략에 조율이 없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태롭게 하고 세계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수석연구원은 "각국이 출구를 향해 각개약진할 경우 초래될 최대 위험성은 통화의 급등락"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때문에 요즘 각국은 서로들 상대방의 출구전략 시점을 면밀히 살피며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답니다. 다들 "서로 공조하자"고 말들은 합니다만, 입장은 제각각입니다. 유럽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주 기고문에서 "유럽은 이미 통화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했다"고 밝힌 반면, 미국 재무장관은 "경기흐름이 바뀔 때를 대비한 성공적인 대응방안을 이제 준비하기 시작할 단계"라며 사뭇 다른 시각을 보였습니다.

슬슬 출구 쪽으로 발걸음을 떼는 나라들도 벌써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최근 분위기로는 이 밖에 호주와 캐나다, 노르웨이 등도 출구에 가까이 다가선 나라로 분류됩니다.

다른 나라보다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도 조기 금리인상 후보로 거론됩니다만, 아무래도 수출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선진국들의 경제가 어느정도 확실히 회복되기 전에 선제적인 금리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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