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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버블 경제학' "부동산 환상에서 깨어나라" 월街 대표 비관론자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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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버블 경제학' "부동산 환상에서 깨어나라" 월街 대표 비관론자의 경고

입력
2009.09.0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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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쉴러 지음ㆍ정준희 옮김/랜덤하우스 발행ㆍ228쪽ㆍ1만3,000원

미국발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부동산 버블의 붕괴다. 미국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보유 주택이 크게 늘었는데 이것이 공급 과잉을 초래하고 주택가격의 급락을 가져왔다. 그러자 모기지 이자율이 상승하고 대출자는 돈을 갚지 못했으며 금융기관이 휘청거리고 신용시장이 경색돼 경제난과 실업이라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돼 반향을 일으킨 <버블 경제학> 은 금융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제시한 책으로 누리엘 루비니, 스티븐 로치와 함께 월가의 비관론자로 통하는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가 저자다.

이 책의 특징은 부동산 버블의 원인을 인간의 심리에서 찾는다는 것. 사람들이 개발지역 등의 부동산가격 폭등을 지켜보면서, 부동산 매입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고 그것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버블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야 하지만 부동산은 추가 가격 상승을 노리는 사람들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더 느는 기현상을 보였다.

저자는 이를 '시장심리의 전염' 현상으로 부르면서 이 현상이 언론의 부동산 보도, 고수익을 노리는 금융기관 및 버블이 터지지 않을 것으로 믿는 신용평가기관의 느슨한 태도 등에 의해 확대, 고착됐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부동산이 가격 상승을 계속하고 그래서 큰 이익을 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국 등의 장기 추세를 볼 때 물가를 감안한 실질주택가격 상승이 국민소득 상승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의 기술력으로 건축자재를 얼마든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건축비가 오를 일도 별로 없다. 그는 나아가 경제가 성장한다고 부동산 가격이 오를 이유가 없으며, 집값이 내리면 경제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집값이 올라야 경기가 좋아진다는 논리도 옳지 않다고 말한다.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한 저자의 대안은 금융 역할의 재정립이다. 금융이 위험한 고수익 상품의 개발 및 판매에 몰두하지 못하도록 버블의 파괴적인 메커니즘이 작동할 소지를 없애자는 것이다. 금융의 수혜를 특정기관 혹은 투자자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데 그는 이를 '금융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시장심리의 전염을 막기 위한 정확한 금융정보의 제공, 소비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소매금융 수단의 개발 등이 그가 말하는 금융민주주의의 구체적 조치들이다.

이 책은 세계 경제가 위기를 향해 나아가는 시점에 출판됐기 때문에 그 뒤 나온 대책과 효과는 반영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던지는 시사점은 여전하다. 특히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한국의 사정을 생각하면, 쉴러 교수의 지적대로 우리가 시장심리에 전염되지 않았는지, 부동산에 대한 환상에 젖어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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